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망라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8.31부동산 대책은 발표 1년이 지난 현재 1년치의 통계상으로는 일단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지방의 아파트값은 보합 내지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서울, 신도시 등 주요지역 아파트값이 지난 1년간 10-15%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3.30대책이 나온 뒤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8.31대책과 함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 아파트값 3.30 대책 이후 하락

2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31대책 이후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16.33%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말 5억원이던 아파트가 1년이 지난 현재 5억8천만원이 된 것이다.

이에 비해 분당 등 5개 신도시는 22.14%가 올라 서울보다 상승폭이 컸다.

이는 올해 판교신도시 분양 여파로 후광효과를 기대한 분당, 평촌, 산본 등지의 아파트값이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경기도 역시 용인시 등의 집값 상승에 힘입어 지난 1년 간 11.02% 상승했다.

재건축 아파트도 서울의 경우 18.77% 올라 일반 아파트(15.91%)보다 오름폭이 컸고, 수도권 역시 재건축(15.77%)이 일반 아파트(10.84%) 상승률을 앞질렀다.

이에 따라 한 때 전문가들 사이에 8.31대책의 '약발'이 다 떨어진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3.30대책 발표 이후 달라졌다.

재건축 개발부담금 부과 방침으로 인해 사업 초기 단지의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했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으로 돈줄이 막히면서 대출로는 집을 사고 싶어도 못사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는 8.31대책 이후 3.30대책 이전까지 10.13% 올랐지만 3.30대책 이후에는 4.98%로 상승폭이 절반 이상 줄었고, 재건축 아파트 역시 3.30대책 전까지 15.37%가 올랐으나 3.30대책 이후에는 2.48%로 상승폭이 6분의1로 감소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은 "정부의 3.30대책과 강남 등지의 버블 경고, 양도세 등 세금 부담 때문에 매수세가 위축되며 주택거래 시장이 동맥경화에 걸렸다"고 말했다.

◆ 분양시장 침체

분양시장은 8.31대책과 잇따라 발표된 3.30대책으로 크게 위축됐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이 6억원으로 낮아지고, 내년부터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됨에 따라 신규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더욱이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으로 6억초과 주택의 대출금액이 줄면서 6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분양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방의 경우 더욱 심각해 대구.부산.울산 등 종전까지 공급이 많았던 지역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새 아파트 입주율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달 6개사가 동시 분양에 들어갔던 부산 정관지구의 경우 초기 분양률이 10-20%에 그쳤고, 울산.천안 등지의 주상복합아파트는 아예 분양을 잠정 중단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부연구위원은 "지난 1년간 지방 주택시장은 수도권과 유사한 수요 억제 정책의 남발로 고사상태에 빠져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간의 수급상황을 고려한 차등화된 주택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온통 판교로 쏠린 것도 다른 지역의 분양률이 저조했던 이유로 꼽히고 있다.

◆ 토지시장도 직격탄

토지시장은 오히려 8.31대책의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났다.

토지거래 허가 기준을 강화하고, 부재지주가 소유한 토지에 대한 양도세.종부세 등 세금을 강화하면서 가격 거품이 꺼지고, 거래가 중단된 곳이 많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토지거래량은 전 분기대비 12.7%, 4분기는 9.8% 늘었다가 8.31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올 1분기는 26.3%, 2분기는 무려 34.1%나 감소했다.

2004년에는 전년 대비 거래량이 18.4%, 2005년은 12.5% 각각 증가했었다.

우리은행 PB사업부 안명숙 부동산 팀장은 "세금 부담 때문에 장기 투자를 즐겨하는 강남권 큰 손들 마저 땅을 팔아달라고 의뢰해오고 있지만 수요가 없어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발 예정지 땅값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전국 평균 땅값이 2.76% 오른 데 비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군(9.65%).공주시(7.31%), 혁신도시 후보지인 충북 진천(9.43%).음성(7.11%) 등은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르다.

또 뉴타운으로 지정됐거나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인기지역의 땅값도 크게 올라 정부의 뉴타운, 도시재정비 사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남뉴타운의 경우 10평 미만 지분이 평당 4천500만-5천만원 선으로 연초보다 평당 1천만원 가까이 올랐다.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상가 시장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근린상가 등에 임대수요를 노린 여유층의 입질이 이어졌지만 7월부터 시행된 기반시설부담금 부과 여파로 크게 활성화 되진 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