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24일부터 공개됨에 따라 기존 주택거래 관행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제까지는 소비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나 시세정보업체들을 통해 제시된 호가로 가격을 가늠했으나,앞으로는 실거래가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24일 "실거래가 공개를 통해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거래가와 시세 간 편차 커

일반적으로 실거래가는 국민은행이나 시세정보업체가 제공하는 매매 호가에 비해 5~10% 정도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협상을 통해 실제 거래가격이 일부 조정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강남구 도곡렉슬 50평형은 부동산114의 매매호가는 4월 25억5000만원,5월 25억2500만원이었으나 실거래가는 4월 22억600만원,5월 21억8500만원으로 최대 3억440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6월 기준 분당 서현 우성 25평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3억3000만원으로 정보업체가 제시한 3억3650만~3억4500만원과 크게는 5% 정도 차이를 보였다.

노원 상계 주공 21평도 실거래가가 1억1508만원으로 정보업체 시세인 1억1949만~1억2138만원보다 낮았다.

하지만 일부 단지는 실거래가가 시세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압구정동 미성 32평형의 실거래가는 6월 말 기준 8억992만원이었으나 시세는 7억7504만~8억원으로 더 낮다.

인기 지역인 만큼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통상 실거래가는 가격 상승기에 종전 시세보다 높지만 하향 안정기에는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되면서 시세보다 낮게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값 하향 안정추세

정부가 이날 공개한 실거래가를 보면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3구의 경우 3월 평당가격이 2252만원이었으나 6월 1927만원으로 14.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신도시도 같은 기간 1120만원에서 935만원으로 16.5% 떨어졌다.

평형대별로는 40평형대 초과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강남 3구의 경우 40평형 초과 아파트는 3월 대비 22.4%,5개 신도시는 8.4% 떨어졌다.

주요 재건축 추진 대상으로 분류되는 1979년 이전 준공 아파트들의 하락세도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건교부는 이에 대해 3·30대책과 재건축 개발부담금,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매수세가 크게 꺾인 데 원인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강남3구의 거래량은 지난 3월 2491건이 거래됐으나 6월 현재 503건으로 5배 이상 감소했다.

○주택거래 투명화 기대

이번에 실거래가가 공개된 아파트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전국 2896개 단지(1만3046개 평형)에 달한다.

이들 단지는 500가구가 넘으면서 분기별 거래량이 10건 이상인 곳들이다.

건교부 권대철 정보분석팀장은 "전국 500호 이상 단지는 400만가구로 총 아파트 수 688만가구의 절반이 넘는다"며 "연간 전국아파트의 10% 정도가 거래된다고 볼 때 분기별 10건 이상 거래단지들을 통해 전체 주택가격 흐름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은 공개된 단지들을 통해 거래 희망 아파트의 적정가격을 따져볼 수 있게 돼 호가 중심,매도자 위주의 거래 관행이나 부녀회 담합과 같은 인위적인 가격 조정행위로 인한 피해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외국에 비해 국내 시장은 호가에 따른 시장 왜곡이 심한 편이어서 진작부터 실거래가가 공개됐어야 했다"며 "다만 통계로서의 의미를 지니기 위해 세부적인 보완장치가 꾸준히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