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는 과학사의 한 획을 긋는 혁명의 시대였다.

철옹성 같던 고대 자연철학의 권위가 처음으로 도전 받았기 때문이다.

공학자들은 도시 개발이나 간척사업,요새 건설을 하면서 당시까지 맹종해 오던 시행착오에 의한 접근법을 거부했다.

대신 치밀한 관찰과 직접실험,면밀한 측정법을 새롭게 수용하기 시작했다.

역사가들은 이 변화의 중심 인물로 태양의 흑점을 발견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꼽으면서 현대 기계공학의 아버지라는 닉 네임을 헌사하였다.

그의 천재성은 이탈리아의 공사 현장 곳곳에서 발휘됐다.

일례로 모든 기둥의 무게는 부피(3차원)에 비례하는 반면 강도는 단면의 면적(2차원)에 비례한다는 '구조물의 3-2법칙'은 오늘날까지 유효한 업적이다.

다리나 건물,선박의 모형을 기하학적 비례대로 확대해 실제 크기로 만들면 십중팔구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것을 보고 얻어낸 원리였다.

그는 또 기계 설계에 경제개념을 도입해 노동 비용과 유지비를 계산해낸 선각자이기도 했다.

'테크놀로지의 걸작들'(엘머 루이스 지음,김은영 옮김,생각의 나무)은 갈릴레오뿐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라이트 형제,많은 수공예 장인들이 걸었던 공학의 길을 추적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부터 보잉777 제트기까지 이어지는 기술 탄생과 발전의 과정을 큰 스케일로 조망한 역사 서적이다.

'바퀴는 기술발전의 대명사이자 가장 전형적인 공학의 산물.기원전 3500년께 수메르인의 상형문자에 보일 만큼 최고(最古)의 발명품이다.

현대 산업에서도 트럭 타이어,인라인 스케이트,제트 엔진의 회전자, 컴퓨터 디스크 등 많은 제품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우주여행까지 가능하게 만든 모든 교통수단의 원형.'

이 책은 파리 샤르트르 성당의 고딕 석조 건축술의 비밀,로마 공중목욕탕의 온도조절 시스템,포르투갈 항해왕 엔히크의 삼각돛 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다.

또 전신기를 발명한 새뮤얼 모스가 맞닥뜨렸던 위기, 나사(NASA) 아폴로 계획팀의 기념비적인 도전도 눈길을 끈다.

424쪽, 1만7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