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후보 지지 안해" 선언으로 무소속 리버맨 지원

오는 11월 7일 미국 중간선거를 3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공화당 소속인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 당내 예비선거에서 패배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조지프 리버맨(코네티컷주) 상원의원 구하기에 나섰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코네티컷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코네티컷주 공화당지부가 이번 선거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말 것을 제안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속한 정당의 상원 의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
현재 코네티컷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로는 앨런 슐레싱거가 선정돼 있다.

스노 대변인은 왜 부시 대통령이 슐레싱거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는 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과거 선거에서도 후보가 지방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대통령이 (선거에서) 물러나 있었던 일이 있었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선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낙선한 뒤 무소속 출마를 준비중인 리버맨 상원 의원을 간접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지금까지 백악관은 리버맨 의원의 재당선을 위해 그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리버맨 의원이 자신은 계속 민주당을 지지할 것임을 천명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여러 가지 정치적 이득을 고려한 포석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리버맨 의원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빚갚기'로 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서 공화당의 부시-체니 후보팀과 맞섰던 리버맨 의원은 평소 부시 대통령을 자주 편들고, 이라크전쟁을 찬성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유권자들로부터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혀 예비선거에서 정치신인 네드 래먼트에게 패배를 당했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시 대통령으로선 리버맨 의원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라크전쟁에 대한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인정받는 셈이 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슐레싱거 후보의 결격사유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달엔 슐레싱거 후보가 가명으로 도박을 했고, 거액의 도박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최근 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리버맨 후보가 46%, 민주당 레먼트 후보가 41%의 지지를 받은 반면 슐레싱거 후보는 6%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현재로선 당선은 커녕 선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