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프랑스가 2003년 여름의 막대한 인명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전국적인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특히 2003년에 폭염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숨진 1만5천 명 중 다수가 노인이었던 점을 감안해 노약자 보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26일 각료회의에서 무더위에 취약한 노인 등을 보살피라고 국민에게 촉구하면서 전국적으로 단합된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종전 보다 더욱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고위 보건 관리는 지난 주부터 이어진 불볕 더위의 영향으로 6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희생자 중에는 노인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프랑스에서는 특히 개인주의 성향으로 인해 홀로 사는 노인이 많은 데다 여름 바캉스 철에는 주변 가족이 여행을 떠나 노인들이 취약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

또 병원 의사들도 다수 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도 부족해 진다.

더욱이 폭염이 한창이던 24일에는 개인 병원 의사들의 수입 감소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여 우려를 증폭시키기도 했다.

2003년에 뼈아픈 경험을 한 프랑스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번 폭염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병원에 특별 자금을 제공하고 전국적인 핫라인및 일사병과 탈수에 대처하는 긴급대응팀을 가동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과 퇴직 의사, 의대 학생들이 동원돼 병원의 부족한 인원을 보강하고 있고, 사회보장 요원들이 노인 거주 집들을 방문해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고 서늘한 상태에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병원과 은퇴자들의 숙소에 에어컨을 추가 설치하는 조치도 시행되고 있다.

에어컨이 병원균을 옮긴다고 여겨지는 프랑스에서 이 같은 조치는 새로운 것들이라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기온이 높더라도 습도가 심하게 올라가지 않는 특징으로 인해 가정집에 에어컨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다.

지하철에도 냉방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승용차에도 최근에는 에어컨 부착 차량이 늘고 있으나 과거에는 에어컨이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관리소는 입장권을 사려고 줄을 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4대의 대형 냉각 기기를 가동하고 있다.

파리의 지하철은 방송을 통해 무더위를 피하고 물을 섭취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