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전국 초·중·고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떠나는 초·중·고교생들의 '한국 엑소더스'가 한창이다.

올해 여름방학의 영어교육 열기는 여느해보다 뜨겁다.

여름방학 동안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 학생들을 보내 영어를 가르치는 단기 어학연수 업체의 수가 800여개가 달하며 관련시장 규모도 여름방학만 1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잡힌 지난해 사교육비가 8조원 선임을 감안하면 전체 사교육비의 8분의 1가량이 여름방학 중 뿌려지는 셈이다.

24일 문화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인 국제청소년문화협회에 따르면 이 단체가 운영하는 캠프포털 사이트인 캠프나라에 이번 여름방학에 운영할 해외 영어캠프 등 단기 어학연수 상품의 등록을 의뢰한 사설업체 수는 800여개에 이른다.

통상 이들은 평균 참가비가 400만원 정도인 해외캠프를 여름과 겨울 각각 두번씩 네번에 나누어 100명가량의 인원을 해외에 보낸다.

캠프나라에 등록을 의뢰한 업체만 줄잡아 계산해도 여름과 겨울방학에 각각 6400억원이라는 시장 규모가 나온다.

캠프나라에 등록을 의뢰하지 않은 사설업체와 정부·지방자치단체·청소년단체 등이 운영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방학을 전후해 학교를 결석하고 참여하는 2개월짜리 중기 프로그램 등 통계에서 제외된 곳들을 합하면 여름방학 어학연수시장의 규모는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병진 캠프나라 홍보팀장은 "국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까지 합하면 여름방학 기간에 영어 캠프나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가 1000여곳,캠프의 수는 3000개에 이르며 시장 규모도 연간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운영업체가 매년 100여개씩 늘어나고 있으며 수요와 공급이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학기간 이뤄지는 영어 연수 시장의 최근 트랜드는 양극화다.

영어 사용 국가를 방문해 언어를 배우는 프로그램의 경우 비싼 고급 상품들의 반응이 좋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학부모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해외 영어 연수 상품의 가격은 미국,캐나다,호주 등 미주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4주 기준 500만~600만원,필리핀 등 동남아 프로그램은 300만~400만원 선이 대부분이다.

대체로 학생 모집이 빨리 마감되는 곳은 비싼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하버드대 예일대 등 미국 동부지역 아이비리그를 견학하며 영어를 배우는 상품(10일 399만원)이나 크루즈선을 타고 유럽을 여행하며 영어를 배우는 상품 (3주 59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미주 지역 영어캠프 전문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가격보다는 프로그램의 질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된 체험학습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국내 캠프는 쌀수록 찾는 이가 많다.

지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등 비영리기관이 참가비 중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해 가격을 낮춘 프로그램들은 가격이 2~3주에 50만~100만원으로 사설업체들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10대 1 이상의 경쟁을 뚫고 추첨에 당첨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고가 해외 영어 연수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수 비용에 거품이 많은 데다 시장 질서가 혼탁해 가격을 제멋대로 붙이는 업체들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한 캠프업계 관계자는 "해외 영어연수 프로그램의 경우 1명의 학생을 유치할 경우 미주가 120만~150만원,동남아가 80만~120만원가량이 순수 마진으로 떨어진다"며 "이 때문에 50만원 정도를 커미션으로 받고 명단만 넘기는 중간 브로커들이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할 만큼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업체들은 1~2명의 직원을 고용,홍보 브로슈어를 달달 외운 후 학부모 상담에 임하고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잘못 걸릴 경우 저질의 프로그램을 비싼 돈을 주고 이용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