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까지 마쳤는 데도 집값이 분양가보다 낮은 아파트가 수두룩합니다.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경기도 양주시의 A공인 관계자는 17일 "1가구 2주택자들이 최근 들어 양도세 부담이 없는 이곳의 아파트 매물을 대거 내놓아 집값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그나마 잘 팔리지도 않아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주시와 의정부 등 수도권 외곽 북동부 지역의 주택 시장이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입주가 끝난 아파트 값이 분양가보다 더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드물게 대형 건설사의 유명 브랜드 단지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는 교통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지역 사정에다 설상가상으로 강남 등의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각종 규제로 '유탄'을 맞은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위한 규제완화 혜택이 주어지는 정비발전지구 대상 지역에 당초 방침과는 달리 이들 지역을 포함한 경기 북부지역을 제외키로 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거래 안되기는 처음"

2004년 5월 분양된 양주시의 모 유명 건설사 아파트 단지 인근 중개업소에는 '분양가에 아파트를 팔겠다'는 급매물 전단이 여기저기 나붙어 있다.

이 단지 32평은 분양가가 1억5870만원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이보다 1000만원가량 싸다.

조망권이 좋은 일부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보다 1000만원 정도 오른 상태이지만 등기 비용과 새시 등의 설치 비용을 감안하면 웃돈은 사실상 '제로'다.

그나마 매물도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입주가 시작되고 나서 이렇게 거래가 안 되는 단지는 중개업 경력 10년 만에 처음 본다"며 "브랜드 가치가 높은 단지가 이 정도이니 양주시의 다른 단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의정부 사정도 비슷하다.

민락동 주공아파트 25평은 분양가가 8500만~8600만원이었지만 최근 나온 급매물 가격은 7500만~7600만원이다.

분양권 전매가 가능했던 3년 전에는 1억5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었지만 그 뒤로는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민락동 C공인 관계자는 "금융 비용까지 감안하면 분양받은 사람들이 입은 손실폭은 더 크다"면서 "분양권 전매 제한으로 거래가 거의 끊겨 20개 가까이 있던 중개업소가 10여개로 대폭 줄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의정부에서 신시가지로 떠오르고 있는 금오동에서조차 아파트 값이 3년째 약보합세"라고 덧붙였다.

군사도시 이미지 강해

의정부와 양주시 등 수도권 북동부 지역은 군사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해 전통적으로 주거 지역으로 선호되지 않는 곳으로 꼽힌다.

여기에 2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과 수도권 규제 조치가 이곳의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는 형국이다.

의정부 가능동 D공인 관계자는 "미군 부대가 속속 이전하고 행정 타운도 들어설 예정이지만 아직 심리적 저항감이 강한 탓인지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진입이 쉽지 않다는 교통 여건의 미비도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강남으로 연결되는 동부간선도로는 출퇴근 시간대 상습 정체되고 있으며 강북을 연결하는 3번 국도 역시 도봉구에서부터 막히고 있다.

의정부 경전철 사업도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오는 2008년 사패산 구간이 설치된다고 해도 외곽순환도로가 집값에 호재로 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의정부·양주=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