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재희 신임 정책위 의장의 이력엔 항상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여성 첫 행시(13회) 합격자,중앙부처 국장(노동부 노동보험·직업훈련국장),관선·민선시장(경기 광명)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지난 13일 정책위 의장으로 뽑혀 '정당 사상 첫 여성…'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됐다.

그는 지난해 행정도시법 통과에 항의하며 무려 13일 동안이나 단식투쟁하는 당찬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이력과 행동 때문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과 치열한 '정책 경쟁'을 벌여야 하는 지휘자로서 전 의장에게 거는 당의 기대 또한 크다.

16일 만난 전 의장은 '큰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선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으겠다"고 운을 뗀 뒤 "통일에 대비하고,21세기에 적합한 복지 환경 교육 문화 등 분야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 의장의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주장에는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전 의장은 "현 정부는 여러 차례 재정확대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감세와 각종 투자 관련 규제 완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만 가지 규제로 기업의 손발은 묶어놓고 어떻게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의 기존 감세정책은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 액화천연가스(LPG) 특소세 면제,택시 LPG 특소세 폐지,자영업자 면세점 상향조정 등이다.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근로소득세 부담 경감 등에 대해선 일단 그 동기를 '삐딱'하게 바라봤다.

전 의장은 "한나라당이 서민을 위한 많은 감세안을 국회에 제출했는 데도 정부 여당은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했다"며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현 정권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르자 충분한 논의도 없이 '내지르기식' 정책을 발표한 후 불협화음을 보여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제대로 된 세제개정안을 가져온다면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나라당도 협조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기국회에서 뭔가 '성과'가 있을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주택 양도세와 종부세 경감 등에 대해 "서민들의 세 부담을 완화하고 부동산 거래를 되살려야 한다"며 적극 동조했다.

한나라당이 합의해 국회를 통과한 행정복합도시법안에 대해 단식하면서까지 반대했던 전 의장은 일단 "개인 소신엔 변함이 없지만,정책위 의장으로서 여야 합의정신을 존중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행정수도폐지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는 만큼) 끝난 일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고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학법 재개정과 민생법안 처리 연계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전 의장은 "사학법 재개정 약속은 지켜낼 것이지만,민생법안과 연계해 사학법은 사학법대로 개정하지 못하고 민생문제도 풀지 못하는 악순환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장은 출자총액제한제의 조속한 폐지와 기초연금제 도입 등 기존 한나라당 정책의 유지 입장을 밝혔다.

홍영식·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