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이 침체될수록 쓸 만한 미분양 물량은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정부가 그동안 내놓았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데다 공급과잉까지 겹쳐 상반기까지 급등세를 탔던 집값이 이제 완연한 하강국면에 돌입했다.

이로써 분양시장에서는 미분양 물건이 쌓이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오히려 느긋하게 마음먹고 '알짜'미분양 찾기에 나서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입지·가격 등의 조건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침체분위기에 휩쓸려 미분양이 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무작정 판교 등의 유망 물량 청약만을 기다리거나 기존 집값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내집마련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잘만 고르면 '효자' 노릇할 미분양 많아

눈여겨 볼 만한 서울지역의 최근 미분양 물량은 정릉6재개발구역인 성북구 정릉동 현대아파트(522가구)와 영등포구 신길동 한화꿈에그린(284가구) 등이 있다.

정릉동 현대아파트에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26,33평형이,한화꿈에그린에는 38,45평형이 남아 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은평뉴타운과 고양 삼송택지지구 개발,서울외곽순환도로 개통 등의 '트리플 호재'를 안고 동익건설이 고양시 고양도시개발지구에서 분양한 '동익 미라벨'을 눈여겨 볼 만하다.

또 남양주시 화도읍 두산산업개발(385가구)과 구리시 인창동 우림건설(121가구) 등의 단지에도 쓸 만한 미분양 물건이 많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향남지구의 2블록의 우방(514가구)도 관심있게 살펴볼 만하다.

지방에서는 대단지 미분양이 많다.

전남 광주 북구의 운암주공 2단지 재건축(시공사 벽산건설)은 2753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다.

부산 강서구 명지지구의 극동건설 역시 가구 수가 1124가구에 달한다.

이외 경남 진해지 자은동 월드건설(358가구),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신동아건설(291가구) 등이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있는 단지로 꼽힌다.

조태규 월드건설 팀장은 "이들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전매제한 등이 없었다면 잘 팔렸을 유망 단지들"이라고 말했다.

옥석가리기는 필수

미분양은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다 중도금 무이자융자 등 다양한 금융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점이 많다는 말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미분양 매집에 나서면 곤란하고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미분양을 찾기는 힘든 만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아파트를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확정적이지 않은 호재에 끌리거나 건설업체가 제시하는 계약금 할인이나 섀시 무료 제공과 같은 부수적 혜택만 봤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미분양에는 분명이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침체된 시장여파때문이었는지,아니면 단지 자체의 약점이 있는지를 가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성준 신동아건설 과장은 "미분양은 직접 현장이나 모델하우스를 찾아서 꼼꼼히 둘러보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