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에 주로 힘 없는 영세업체들이 금융회사의 압력 등에 굴복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입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퇴직연금제는 일시금으로 받던 퇴직금을 퇴직후 일정 연령(55세 이상)에 달한 때부터 연금으로 받으면서 노후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일 노동부가 발표한 퇴직연금제 도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퇴직연금을 채택한 사업장 수는 모두 1만589곳으로 1만곳을 돌파했다.규모별로는 500인 이상 사업장은 대한전선 인탑스 케이티링커스 한국조폐공사등 10곳,100명 이상 500인미만은 119곳에 그쳤고 98%이상이 100인이하의 중소 사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10명 미만이 전체의 67.6%인 7154건에 달했다.

형태별로 보면 퇴직급여가 미리 확정돼 기업이 꺼리는 확정급여형(DB형)은 전체의 6.8%(718건)에 불과했고 운영 실적에 따라 연금액수가 달라져 최악의 경우 근로자가 손해를 볼 수 있는 확정기여형(DC형)이 25.6%(2717건)을 차지했다.나머지는 10명 미만 사업장에서 주로 가입하는 개인퇴직계좌(DC형의 일종)였다.개인퇴직계좌는 금융기관등에서 중소 영세업체에 강요해 이처럼 많은 기업이 가입한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퇴직연금 컨설팅업체인 I사의 L대표는 “은행과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영세업체의 경우 은행의 강요에 의해 퇴직연금에 드는 경우가 많다”며 “퇴직연금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금융회사의 건수올리기 경쟁보다는 퇴직연금제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모가 큰 사업장의 경우 노사간 입장이 엇갈려 퇴직연금 가입을 결정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대부분의 노조나 근로자들은 DB형을 원하는 반면 기업주들은 DC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퇴직연금제의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판단아래 퇴직연금제 가입을 유보토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동연구원 방하남 연구위원은 “노조는 근로자한테 다소 유리한 DB형을 선호하는 반면,경영자는 코스트가 덜드는 DC형을 원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도 퇴직연금제 정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