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은 고온 다습해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인체에서 열을 발산할 수 있는 기능이 저하된다.

이러한 조건들은 인체 내에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여러 가지 건강문제로 고통받을 수 있다.

특히 궂은 날씨는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유발하며 관절염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관절염

비만 오면 무릎이 쑤신다는 관절염 환자에게 장마철은 그야말로 '뼈저린 시기'다.

날씨가 궂으면 여기저기 관절마다 아프지 않는 곳이 없다고 호소한다.

궂은 날 관절통증이 심해지는 원인은 의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온과 기압의 변화 때문으로 생각된다.

장마철에는 기압이 떨어져 맑은 날 평형을 이루고 있던 관절 내부의 압력이 깨지면서 염증 부위가 부어 오르고 통증이 심해지게 된다. 또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관절 주위를 비롯한 여러 근육을 뭉치게 만들어 통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에어컨 등 찬바람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아프거나 비가온다고 해서 운동을 멈추면 통증을 더 악화시키게 된다.

따뜻한 물에 관절을 담그고 마사지를 해주거나 관절을 굽혔다 펴는 운동을 평소보다 자주하고 규칙적으로 반복해주면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

김선구 세종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장마철에는 가급적 실내 냉방을 피하는 것이 좋고 사무실 등 냉방이 잘된 곳에서는 무릎덮개를 사용하거나 두꺼운 옷을 입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우울증

장마철에는 햇빛량이 줄어들면서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울한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이는 가을 겨울이 되면 햇빛이 줄어들어 계절성 우울증이 쉽게 생기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햇빛이 줄어들면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가 감소돼 신체리듬이 깨어져 우울증이 나타나게 된다.

멜라토닌은 뇌 속의 송과선이라는 부위에서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멜라토닌 양이 줄어들더라도 일시적으로 우울한 마음이 드는 정도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의 차이가 적은 적도부근에선 드물며 위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아져 북구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보고 되고 있다.

여성환자가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우울증상에서는 불면증,식욕저하가 발생하지만 계절적 우울증 환자는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누워지내고 식욕도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이 찌게 된다.

계절적 우울증도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기분이 우울해지고 원기가 없으며 쉽게 피로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의욕이 없어진다.

윤세창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긍정적인 생각과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내부환경을 밝고 화려하게 하고 가벼운 외출 등을 통해 무기력감을 해소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불면증

일조량 부족은 수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숙면을 취할 때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활발히 분비된다.

하지만 장마철에는 햇빛이 줄어들어 낮 동안 멜라토닌 억제가 되지 않아 졸리고,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장마 기간에 이 같은 주기가 반복되면 생체시계가 이에 익숙해져 만성적인 불면증이 유발될 수 있다.

낮에 졸림증이 있으면 10~15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게 좋다.

박동선 예송이비인후과 수면센터원장은 "쾌적한 잠자리 환경을 위해 보일러나 에어컨을 이용해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맞춰주는 것이 좋다"며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조금 낮은 온도로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