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브로커 김재록씨(인베스투스글로벌 고문·구속 중)에게 정ㆍ관계 상대 로비를 부탁했다는 의심을 받아 온 기업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당초 검찰이 김재록씨에게 혐의를 둔 현대차 비자금 용처와는 무관하지만 대기업들이 다수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27일 오후 브리핑에서 "김재록씨와 관련해 3~4개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 중이며 임병석 C&(옛 쎄븐마운틴)그룹 회장을 오늘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수사 범위와 관련,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으로 활동했을 당시로 국한되지 않는다.

김씨와 관련된 부분을 모두 살펴볼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른쪽 불(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꺼져 가니까 왼쪽 불(김재록 사건)도 봐야지요"라고 말해 김씨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김씨-우리은행 관계 주목

임병석 C&그룹 회장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김씨와는 동향이다.

김씨는 쎄븐마운틴이 법정관리 업체 우방의 우선인수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뒤 투자자금 부족으로 애를 먹자 2004년 12월 우리은행 사모(私募) 펀드(우리제1호PEF)의 투자를 알선해 주고 자문료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쎄븐마운틴과 우리은행 사모 펀드는 당시 우방 지분을 각각 55%와 32%씩 인수해 나란히 1,2대 주주가 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우리은행 사모 펀드가 투자한 420억원을 사실상 쎄븐마운틴에 대한 편법 대출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이미 기소된 김씨의 대출청탁 혐의 2건과 연관돼 있으며 우리금융지주와 LG카드 인수 자문계약을 맺은 CSFB가 다시 인베스투스글로벌과 자문 계약을 맺었던 점 등 김씨와 우리금융과의 '남다른 관계'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당시 쎄븐마운틴에서 받은 돈은 회사 계좌에 입금됐으며 정당한 자문료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4개사 소환 조사 중이다'

채 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씨의 알선 의혹과 관련해 소환 조사 중인 업체가 3~4개 더 있으며 김씨가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으로 있을 당시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번에 소환 조사한 3~4개 기업은 모두 김씨의 자문료가 5억원을 웃도는 대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인베스투스글로벌을 설립하기 이전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아더앤더슨 코리아에서 부회장직(1997년~2002년 초)을 맡고 있었다.

관계와 금융계를 넘나드는 인맥을 갖고 있던 김씨는 외환위기 직후 정부·기업·금융회사의 구조조정 일감을 휩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따낸 굵직한 프로젝트만도 20건이 넘는다.

제일·서울은행의 해외 부실채권 매각(1999년),대우차 구조조정 주간(2000년), 현대석유화학 처리 실사(2001년),하이닉스 부채 실사(2001년), 대우종합기계 구조조정컨설팅(2002년), 진로 외자유치 자문(2002년), 대우상용차 매각 주간(2003년) 등이 대표적인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 건이다.

이 중 진로의 경우 외국에 나가 있는 장진호 전 회장 대신 실무진들이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일·김홍열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