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인근 어바인 시에 있는 오스우드 우드브리지 등 4개 고등학교의 학력평가지수(API)는 얼마나 됩니까."

"미국 서부 발렌시아 지역의 60만달러 주택을 사서 연간 집값의 3%에 해당하는 임대 수입을 얻는 것을 적정 수익률로 볼 수 있나요."

27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미국주택 신규 분양 및 임대투자 설명회'에는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일반인 등 1000여명이 넘는 예비 투자자들이 몰려 해외부동산 투자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올 들어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 완화로 기대가 커져 미국 투자와 관련한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참석자들은 계약이 완료될 때까지 거래를 위탁받아 처리해 주는 거래위탁제도인 에스크로(escrow) 등 미국 현지 시스템과 외환 송금 등 달라진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국내 제도에 대한 설명 하나 하나를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해외부동산 투자관리업체인 코우사(KOUSA)가 주관한 이날 설명회에는 레너,KB홈,센텍스,DR 호튼,라이언 홈 등 현지 9개 대형 주택 건설업체와 워싱턴뮤추얼 사우스웨스트 등 모기지 관련 금융회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지난달 22일 순수 투자 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이 허용된 이후 해외 건설업체가 국내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미국 현지 업체들이 소개한 신규 주택 분양 물량은 어바인 발렌시아 요바린다 샌디에이고 등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서부 지역에 집중돼 있어 주목받았다. 특히 인구가 많고 학군이 좋은 어바인 지역은 큰 관심을 샀다.

서초동에서 온 김지희씨(48·가명)는 "어바인시 고등학교들의 API 지수는 모두 웬만한 미국 사립학교 수준을 웃도는 데다 유입 인구도 늘고 있다는 정보여서 투자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특히 "학군이 좋으면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임대 수익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돼 학군 중심의 투자가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을 위해 국내에서 보낼 수 있는 송금 한도가 아직 100만달러에 묶여 있는 점을 의식,대형 고가 주택보다는 60만달러 이하 주택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는 일반인들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미국 현지의 모기지 론을 활용하면 집값의 30%에 해당하는 자금만 갖고도 초기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현장에서 모기지 대출 상담·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신규 분양 물량이 아닌 기존 주택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임대 수익으로 대출 이자를 충당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가 많았다.

그러나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설명회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정작 마음 먹었던 대로 투자를 실행에 옮기려는 참석자들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론 경고는 물론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성공 사례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이 실제 투자를 머뭇거리게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분당에 사는 이승민씨(52·가명)는 "미국 서부 등 인기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3~4년 전에 비해 몇 배 뛰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 투자 시기가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송금 한도가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 투자 시기를 좀 더 늦춰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