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사는 일본인중에는 적응을 제대로 못해 심한 우울중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일간 르 피가로가 25일 관련 신간인 '파리의 증후군(Le Syndrome de Paris)'을 인용,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인 체류민, 비즈니스맨, 관광객 등이 품었던 파리에 대한 신화가 파리의 현실에 맞닥뜨린 뒤 붕괴되고 여기에 문화적 괴리까지 겹쳐 많은 일본인이 의기 소침에 빠진다.

'빛의 도시' 파리로부터 실망하고 충격을 받은 사람중 매년 100여명이 이런 '파리의 증후군'에 걸리고 이중 25%는 병원 신세까지 진다.

견디다 못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생긴다.

일본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 필립 아담은 자신의 저서 '파리의 증후군'에서 소형 스튜디오에서 외롭게 사는 젊은 일본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화자의 입을 빌려 이 여성에게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아담에 따르면 과학보다는 예술사를 전공하는 20~25세 일본 여성들이 특히 파리가 탐미주의자들및 세련된 청년들로 넘치는 도시라고 상상하며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기대를 한다.

르 피가로는 일본인과 프랑스인의 성향이 정반대인 점도 일본인이 프랑스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요소로 들었다.

일본인은 태생적으로 신중하고 기질이 한결 같고 서비스가 신속한 반면, 프랑스인은 드러내 놓고 말하고 변덕이 심하며 행정 서비스는 느리다.

또 일본의 단체 정신과 프랑스의 극심한 개인주의도 대조적인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조화'와 '무질서'의 대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일본인은 "사람들이 파리를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프랑스에 오지만, 파리지앵의 냉랭한 시선에 맞닥뜨려 블랙홀에 빠지고 만다"고 말했다.

언어 장벽도 스테레스및 자신속에 갇히는 증세를 유발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뇌이 아메리칸 병원의 일본인 의사는 지적했다.

한편 이런 일본인들의 이야기는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한국 교민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불 대사관 관계자와 파리에 오래 산 한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파리 한인중에서도 적응을 제대로 못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간혹 생기고 있고, 지난해엔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

주불 대사관은 종교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상담요원들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교민을 돕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