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철회 없이 대화 없다" vs 정부 "보완책 논의하자"


이제 코앞이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담은 개정 영화진흥법 시행령이 7월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지만 영화인과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된 개정안은 스크린쿼터 비율을 현행 1년의 40%인 146일(각종 경감조항에 따라 106일로 통용)에서 그 절반인 73일(20%)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영화상영관들은 1년에 73일만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면 된다.

아직 스크린쿼터 축소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스크린쿼터 비율이 축소되면 한국영화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여전히 '스크린쿼터 축소 절대 불가'를 주장하는 영화인들에 대해 정부는 "이미 한국영화는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부족한 부분은 영화산업 진흥책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영화인 지속적인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지난 1월27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한미 FTA 협상 진행의 선결조건으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자 영화계는 영화인들의 동의 없이 이뤄진 결정이라며 강경 투쟁으로 맞섰다.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가 이뤄지자마자 그동안 스크린쿼터 사수운동의 중심이 됐던 '한미투자협정(BIT)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를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대책위)로 전환하고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에 돌입했다.

그동안 영화인 릴레이 1위 시위, 촛불집회, 영화배우 최민식의 옥관 문화훈장 반납, 시민ㆍ농민단체와의 연대 투쟁, 24시간 야외 농성 투쟁, 해외 문화단체와의 연대투쟁 등이 진행됐다.

투쟁의 정점이었던 지난 2월8일 광화문에서 열린 스크린쿼터 축소 철회 요구 집회에는 이병헌 전도연 김희선 문근영 등 톱스타들과 임권택 감독 등 영화계 원로까지 참여해 영화계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집회에는 시민을 포함, 3천여 명이 모였다.

이후 영화제작가협회, 배우협회 등 관련 단체별로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이뤄진 24시간 장외 릴레투쟁과 각종 스크린쿼터 관련 토론회 등은 국민에게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들의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지난달 칸 국제영화제에 참가했던 스크린쿼터 원정단은 세계 영화인들에게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알리며, 칸 영화제 운영위원회로부터 공식적인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다.

투쟁을 계속 진행 중인 영화인 대책위는 시행령이 발효되는 7월1일을 기점으로 대규모 반정부 집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우선 같은 달 1~3일 한국영화 제작이 전면 중단된다.

또한 7월1일 오후 5시부터 대학로에서 '참여정부에는 국민이 없다'란 이름으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펼친다.

영화인 대책위 측은 "1일 행사는 2월8일 광화문 집회보다는 더 큰 규모의 행사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 영화인이 총출동하는 행사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4일부터 영화인 대책위 안성기 공동위원장으로부터 시작된 영화인 릴레이 1인 시위는 146일째인 7월3일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을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3월6일부터 시민열린마당에서 진행돼 온 24시간 야외 농성 투쟁도 146일이 되는 7월31일로 끝을 맺는다.

영화인 대책위 양기환 대변인은 "7월1일 행사 이전 기자회견을 열고 추후 투쟁 방향을 밝힐 예정"이라면서 "또 다른 투쟁방법으로 스크린쿼터 축소 철회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인 "스크린쿼터 축소 철회 없이는 대화는 없다"

영화인 대책위는 "스크린쿼터 축소 철회 없이는 정부와 어떤 대화도 할 용의도 없다"고 못박았다.

영화인 대책위 교육특위 오기민 위원장은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발표한 이후 영화인들의 공식적인 채널인 '영화인 대책위'를 통해서는 정부와 어떤 대화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인 대책위는 5월18일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영화산업 발전방향 토론회에도 불참했다.

23일 열리는 2차 토론회에서 불참할 예정.
양 대변인은 "주무부서지만 아무런 힘이 없는 문화부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해 문화부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기도 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일단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영화계 지원방안은 4천억원에 이르는 재정지원뿐 아니라 재원 조성, 제도 개선 등 다양한 분야로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스크린쿼터 문제뿐 아니라 다른 영화계의 현안도 있지 않느냐"면서 "항상 영화인들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스크린쿼터의 미래에 대해서 그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영화계 향후 대응 방안, 한미 FTA 진행에 따라 결정

일단 영화계에서 가장 역량을 모으는 대안은 스크린쿼터 비율을 시행령이 아닌 모법에 규정하는 영화진흥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와 함께 스크린쿼터 축소와 관련한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은 한미 FTA 협상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할 예정이다.

영화인 대책위 한 관계자는 "영화진흥법 개정안 문제는 지방선거 등 정치권의 현안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면서 "한미 FTA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 이전에는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인 대책위에서는 한미 FTA협상이 결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결렬 이후에는 스크린쿼터 축소 철회를 위한 투쟁에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4~5월 한국영화 점유율 하락이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의 여파라는 주장이 영화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화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는 7월 이후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