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를 넘어 16강으로.' 2006년 독일월드컵 한국과 토고전이 열린 13일 밤 4700만명의 눈과 귀가 격전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쏠렸다.

붉은악마 소속 400여명의 원정 응원단은 온 국민을 대표해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서 직접 우리 대표팀을 응원했고,국내 주요 대도시에 모인 150여만명의 거리 응원단은 초대형 태극기와 카드섹션을 동원해 "대∼한민국"을 외쳤다.

대학가나 교도소,성당 등 전국이 한국 대표팀이 토고를 격파해 반드시 16강에 진출해야 한다는 함성으로 들썩였다.

○…광화문과 서울광장 주변은 경기가 시작되기 7∼8시간 전부터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먼저 나온 상인과 시민들로 붐볐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공연을 볼 수 있어 최고의 '명당'으로 분류되는 세종문화회관 무대 바로 앞은 이날 오후 2시 착석이 허용된 뒤 불과 15분여 만에 100여명의 응원객이 몰리면서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생수,간식,돗자리 등으로 단단히 '무장'한 정 모씨(25·대학생)는 "아침 9시부터 자리 선점을 위해 기다렸다"며 "응원하는 사람들이 월드컵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좋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지난 12일 밤부터 광화문을 지킨 대학생도 있었다.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김정대씨(25)는 "친구 23명과 뜻을 모아 광화문 일대 여섯 곳에 간이 노점을 차리고 '박지성 문신'을 팔고 있다"며 "창업자금도 모으고 축구경기도 볼 수 있는 곳을 잡았다"고 밝혔다.

서울로 수학여행을 온 일본 기후현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청계천변에 울려퍼지는 응원가와 붉은 옷을 입고 몰려든 시민들을 보며 "역시 한국은 일본보다 적극적이다.

굉장하다"고 말했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녹색 그라운드도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상암경기장에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싸이,세븐, 임형주 등 가수들의 공연과 함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붉은악마 뿔 머리띠를 쓰고 응원에 나선 신용수씨(42)는 "2002년 태극전사의 4강 신화가 멈춰 섰던 상암경기장에서 새로운 신화가 시작되는 것을 보기 위해 나왔다"며 연신 응원구호를 외쳤다.

상암경기장 내 패스트푸드점들은 '응원 특수'를 누렸다.

오후 7시께 경기장 2층 롯데리아를 찾은 이치원씨(26)는 "오후 4시부터 와서 응원을 했다"며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 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있는 힘껏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태극전사들의 첫 승리를 기원하는 사람들은 비단 한국인뿐만이 아니었다.

네덜란드 대사관은 광화문 사거리에서 'Good Luck'이라고 적힌 오렌지색의 6000여개 간이 방석과 휴대폰용 액세서리를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누커 라우터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의 서기관은 "네덜란드 사람인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으로 인해 네덜란드와 한국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며 "월드컵 경기를 보며 한국을 응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했던 터키 역시 한국팀의 첫 경기 우승을 응원하기 위해 광화문 일대에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온라인게임 업체 넥슨은 이날 600명 전 직원에게 붉은 색 응원복을 나눠줬다.

경남 양산시 유산공단의 넥센타이어 직원들도 회사측이 지급한 붉은 티로 갈아입고 회사 앞마당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토고전을 시청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대우자동차판매는 월드컵 대표팀의 응원을 위해 지난 9일부터 우리나라 대표팀이 경기를 끝마칠 때까지 본사 직원을 비롯 전국 영업소 직원 등 1700여명의 전 직원이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근무에 임하며 토고전의 필승을 기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이날 밤 10시부터 2시간 조업을 중단키로 결정해 야간조 직원 1만여명이 한국과 토고전을 사내 식당 등지에서 관전했다.

○…전국의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자들도 월드컵 응원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1만2000여개 수용실별로 설치된 TV로 토고전을 시청하면서 목이 터져라 한국 승리를 기원하는 함성을 질렀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 초중성당(신부 김훈일)은 이날 성당 마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놓고 신자,주민들 150여명과 함께 응원전을 벌였다.

국토 동쪽 끝 독도에서도 경찰 경비대원 40명 가운데 비근무자 20명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동해바다가 떠나가도록 '대∼한민국'을 외쳤다.

김현예·유승호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