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죽제품이나 유기를 만들던 담양,안성 같은 곳이 고전적인 형태의 산업클러스터입니다. 우리도 옛 장인정신에 현대의 지식정보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실리콘밸리 못지 않은 세계적 단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창립총회를 가진 산업클러스터학회 박삼옥 초대회장(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경제지리학)은 13일 학회출범의 의의를 이같이 말했다.

산업클러스터학회는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는 혁신클러스터를 제대로 완성하는 데 필요한 관련 정보교류 및 공동연구를 촉진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결성됐다.

박 회장은 "학회의 역할은 21세기 신(新)택리지를 만드는 격이 될 만큼 막중한 과제"라며 "70~80년대를 이끈 지방공업단지가 '집적'의 산물이라면 지식기반경제에서는 산학연 네트워크화가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앙집중적 산업활동보다는 지역자원을 활용해 특화된 클러스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천 도자기산업은 이미 클러스터로 발전 중이고 순창의 장류산업,보성 녹차산업 등도 클러스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지리학회장과 세계경제지리학회장을 역임한 박 회장은 정부에서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산업클러스터 사업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주역이다.

80년대 말 세계적으로 산업지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할 때 창원단지 등을 한국적 모델로 국제학회에 소개하기도 했다.

경제활동 공간으로서의 지역문제를 다루고 구조조정에 맞춰 공간구조를 재편하는 방법을 제시한 저서 '현대경제지리학'(1999년)은 이 분야의 바이블로 꼽힌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