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파문'이 일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검찰이 부당하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기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고 있어서다.

월가에서는 현재 상장기업만 40여개 이상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스톡옵션 부여 시점을 조작하는 등 주주이익을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대상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여 자칫하면 '제2의 엔론사태'로 비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구인구직 알선업체인 몬스터 월드와이드는 뉴욕 남부지구 검찰로부터 스톡옵션 부여 시점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토록 요구받았다고 12일 발표했다.

또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컴과 어플라이드 마이크로서킷 등 5개 기업이 이날 하룻동안 스톡옵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월가에서는 이들 기업을 포함해 아날로드 디바이스,F5네트웍스,컴버스 테크놀로지 등 40여개 기업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SEC 등의 조사가 확대되고 있어 대상기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이 스톡옵션과 관련해 받고 있는 혐의는 △스톡옵션 부여 시점을 조작했거나 △스톡옵션 행사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부여한 경우 △스톡옵션 관련 비용을 적게 계산하거나 비용에서 빼 회사 실적을 부풀린 경우 등이다.

조사당국이 가장 혐의를 많이 두고 있는 것은 스톡옵션 부여 시점이다.

몬스터 월드와이드의 경우 최고 운영책임자(COO)인 제임스 트레이시 등 경영진에게 지난 97년과 99년,2001년에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스톡옵션 부여 시점은 공교롭게도 모두 주가가 연중 최저가이거나 분기 중 가장 낮을 때였다.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받자마자 주가가 급등,단기간 내 거액을 챙겼다.

아폴로 그룹도 존 스펄링 회장에게 지난 98년과 99년,2000년에 스톡옵션을 부여했는데 역시 주가가 가장 낮을 때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확률은 90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에게 엄청난 대박을 안겨주기 위해 스톡옵션 부여 시점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얘기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을 낮게 정하는 행위는 이미 '고전'이다.

상당수 기업들은 그동안 경영성과와 관계없이 행사가격을 정하는 방법으로 경영진의 배를 불려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스톡옵션 파문은 증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연기금인 캘퍼스는 "회사가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받고 있는 25개 투자기업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월가에서는 이번 파문이 확산될 경우 '인플레이션 공포'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뉴욕증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