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스페인월드컵 영광의 재현, 그리고 '94미국월드컵 당시 뼈아펐던 패배 복수'

국내 프로리그 승부조작 파문의 후유증이 남은 데다 최근 스위스, 우크라이나와 평가전 성적부진, 일부 선수의 부상 등 악재가 있기는 하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축구에서는 반드시 결승에 진출, 브라질을 꺾겠다는 것이 이탈리아가 꿈꾸는 시나리오다.

마지막으로 우승한 82년 스페인대회 당시에도 당시에도 아주리 군단은 국내에서 비관론이 팽배할 만큼 여건이 좋지 못했다.

당시 영웅인 파올로 로시는 그러나 평가전의 부진한 성적이 "오히려 약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탈리아대표팀 스트라이커 루카 토니(피렌체)는 ANSA통신에 "이탈리아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82년 당시 겨우 4살이었지만 로시가 브라질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브라질과 결승 대결을 내심 희망했다.

이탈리아로서는 지난 94년 대회의 결승에서도 로베르토 바조가 승부킥을 허공으로 날려 브라질에 허망하게 무릎 꿇은 것에 대해서도 복수를 벼르고 있다.

플레이메이커인 프란체스코 토티는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완벽한 결승 맞수"라고 말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지만 가급적이면 늦게 만나는 것이 최선"이라는 그의 말에서 이탈리아인들의 우려를 엿볼 수 있다.

ANSA통신에 따르면 가나, 미국, 체코와 같은 조에 편성된 이탈리아는 반드시 조 1위를 차지해야 한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크로아티아, 호주, 일본과 같은 조에 편성된 브라질이 전승을 거둘 것이 분명해 16강에서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조별리그 1위를 차지하려면 체코가 당장 장애물. 체코에는 '최정예 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유럽프로축구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던 파벨 네드베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카렐 포보르스키, 66회의 A매치에서 40골을 뽑아낸 얀 콜레르(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이 있다.

아프리카 가나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이탈리아의 판단이다.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그들이 뛰어난 선수들이라는 걸 알고 있다.

대부분이 유럽 빅 클럽에 소속돼 있다"며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가나의 핵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몸값(2천450만 파운드)이 비싼 마이클 에시엔. 그는 지난해 여름 첼시로 이적했다.

스티븐 아피아, 새미 쿠포어는 이탈리아의 '세리에 A'에서 뛴 적이 있다.

ANSA통신은 가나가 아프리카 컵에서 네차례나 우승한 데다 최근 평가전에서 자메이카를 4대1로 일축하고 한국을 상대로 3대1로 낙승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도 최근 실력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부상한 수비수 잔루카 참브로타와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출장한다면 상대하기 편하다는 판단한 이탈리아는 결국 22일 함부르크에서 벌어지는 체코와의 격돌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피 감독은 젠나로 가투소와 참브로타, 네스타가 한두 경기를 빠진다해도 마시모 오도와 시모네 페로타, 마르코 마테라치 등이 충분히 뒷받침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내비치고 있다.

브라질이 속한 조에서는 호주나 크로아티아가 올라올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8강에서는 프랑스, 4강전에는 독일이나 아르헨티나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일찌감치 승부를 낙관했고 일본은 아예 논외로 제쳐놓았다.

이탈리아는 프랑스에 대해서는 은퇴 후 복귀한 지네딘 지단과 파트리크 비에라등이 최근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다비드 트레제게와 티에리 앙리의 공격력은 대단히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개최국의 이점이 있지만 역시 평가전에서 실수를 많이 노출했고 미하엘 발라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같은 특급 스트라이커가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아르헨티나의 경우, 신예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에르난 크레스포(첼시), 하비에르 사비올라(세비야), 파블로 아이마르(발렌시아), 후안 로만 리켈메(빌라레알) 등이 이탈리아의 경계 대상으로 꼽혔다.

이탈리아는 데이비드 베컴과 마이클 오언, 웨인 루니, 피터 크라우치 등 호화 진용에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를 구축한 잉글랜드, 아니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뤼트 판 니스텔로이에 기대하는 네덜란드가 결승에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NSA통신은 그러나 이탈리아는 브라질을 분명히 염두에 두고 있고 선수들이나 국민 대부분은 브라질과 일찍 마주치는 것만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피 감독 그러나 "그들을 데려오라고 해"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