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이라크 바쿠바에 있던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의 은신처를 알아내는 데는 그가 스스로 공개한 비디오 성명이 중요 단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르카위는 지난 4월25일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메시지를 발표해 온 한 인터넷 사이트에 비디오 성명을 올려놨다.

자르카위는 CNN방송이 미군으로부터 입수해 지난 달초 방송한 것과 동일한 이 성명에서 이슬람 전사들이 미국의 십자군 전쟁에 맞서 3년간 싸워왔다고 주장했다.

이 비디오에는 자르카위가 사막에서 기관총을 들고 사격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들어있었다.

CNN은 당시 미군이 4월 바그다드 남쪽 20㎞ 지점의 유시피야에 있는 저항세력 은신처를 공격했을 때 이 비디오를 입수했다고 전했었다.

이 테이프가 공개된 후 전문가들은 비디오가 촬영된 곳이 바쿠바가 있는 디얄라주(州) 서쪽의 알-안바르주에 있는 사막지역으로 추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군 당국은 이 비디오로부터 자르카위 소재 단서를 얻기 위해 자르카위 관련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요르단 정보기관의 힘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 당국은 2002년 암만에서 미 외교관을 살해한 혐의로 궐석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지난 해 11월의 암만 시내 호텔 연쇄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자르카위를 검거하기 위해 비밀요원들을 이라크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요르단 정부의 한 관리는 AP통신에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미군의 자르카위 소재 파악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요르단 당국은 자르카위 비디오 성명이 공개됐을 당시 이라크 밖으로 유인해 체포한 자르카위 측근인 지아드 칼리프 알-카르불리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였다.

카르불리는 이라크내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요르단인 운전기사 1명과 모로코 대사관 직원 2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미군과 요르단 당국은 자르카위의 비디오를 근거로 카르불리와 지난 3월 이라크에서 체포된 자르카위의 또다른 측근인 아부 아이만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자르카위의 비디오가 촬영된 곳과 미군이 자르카위 은신처로 지목해 7일 기습작전을 벌인 곳이 일치하는 지는 아직 명확치 않지만 자르카위가 공개한 비디오가 은신처를 노출시키는 단서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