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 와즈디 무아와드 작품 한국 초연…전쟁 참상 그려
"한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가"…연극 '연안지대'
"전쟁을 말하기에 앞서 한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애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전쟁 자체보다 (전쟁으로 인해) 흩어지고 찢긴 개인을 불러오는 것이지요.

"
김정 연출은 28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연극 '연안지대'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서울시극단의 올해 두 번째 레퍼토리인 이 작품은 아들이 아버지의 시신을 묻을 땅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희곡을 써온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전쟁 4부작' 중 첫 작품으로, 한국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연출은 "평소 존경해온 무아와드 작가의 '연안지대'가 아직 한국에서 무대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대본에 쓰인 그의 이름을 보고 전율할 정도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아와드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그을린 사랑'(2010) 원작인 '화염'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쌍둥이 남매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게 되는 전쟁의 민낯을 그린 희곡이다.

김 연출은 "'화염'이 드라마 같은 흐름으로 전개된다면 '연안지대'는 무아와드 작가가 연극을 만드는 데 열정을 느꼈을 만큼 굉장히 연극적이고 '키치'하며 한편으론 정신없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가"…연극 '연안지대'
이날 행사에선 '연안지대' 1·2부의 주요 장면을 각각 30분씩 시연했다.

1부에는 아버지 이스마일의 시신을 어머니 무덤에 묻으려는 윌프리드와 그를 말리는 친척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윌프리드가 아버지의 고향에 시신을 매장하기로 결정한 뒤 겪는 일은 2부에 담겼다.

이스마일은 죽은 몸이지만, 마치 아들과 동행하는 것처럼 무대에 등장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 연출은 "이 작품은 부모와 자식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전 세대와 지금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 "지금의 우리가 다뤄야 하는 소재"라고 강조했다.

윌프리드뿐만 아니라 그가 여정에서 만나는 여러 전쟁고아도 지금 세대를 나타내는 캐릭터다.

전쟁으로 부모와 이웃, 친구를 잃은 뒤 방황하는 인물들이다.

이스마일은 어른으로서 이들을 위로하는 한편 앞으로 나아가라고 다독인다.

이스마일 역의 윤상화는 전쟁고아들이 겪은 참혹한 사연이 나오는 장면을 언급하며 "(연기하는 동안) 이를 계속 보고 듣다 보면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윌프리드를 연기한 배우 이승우는 "극이 전개될수록 윌프리드의 말수가 줄어드는데, 아버지를 잃은 것보다 전쟁을 겪은 아이들을 보는 것에 더 큰 아픔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윌프리드는 관객처럼 전쟁을 제삼자 입장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관객들도 먼 나라 이야기로 보지 않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안지대'는 다음 달 14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윤상화와 이승우 외에도 최나라, 강신구, 송철호, 윤현길, 이미숙 등이 무대에 오른다.

"한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가"…연극 '연안지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