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파격인사는 없었다.

7일 이용훈 대법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 후보 5명 중 정통 법관 출신이 4명이나 포함된 반면 유력 후보로 꼽히던 학계 출신은 빠졌다.

인사의 초점이 조직 안정과 실무능력 강화에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을 포함하면 최근 9개월 새 전체 13명 대법관 중 69.2%인 9명의 얼굴이 바뀌게 됐다.

다음 달 11일 사실상 새롭게 출범하게 되는 '이용훈호'가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정의가 강 같이 흐르는' 사법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무능력 강화에 초점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 11월 사법시험 21회인 김시환 김지형 대법관의 깜짝발탁으로 코드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사법부에서는 서열파괴 인사가 관행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원 내부에서 4명이나 뽑아 조직의 안정을 꾀했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양창수 서울대 법대 교수도 이런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대법원도 이를 의식,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법원장은 학계 출신 대법관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배출하지 못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이번 인사를 놓고 보수 일색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 대법관에 이어 2호 여성대법관이 될 전수안 광주지법원장은 법원노조와 시민단체가 추천할 정도로 개혁성향을 갖고 있다.

김능환 울산지법원장도 기업의 부당 지원 행위를 강력 처벌하는 판결을 다수 내린 반면 국가보안법 적용에는 소극적인 판결을 내놓는 등 진보성향에 가깝다.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은 특허법원 초대 부장판사를 지내는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탁월한 식견으로 대법원 구성 다양화의 최적임자로 발탁된 케이스다.

오는 9월 교체될 헌법재판소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던 이홍훈 서울지방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낙점으로 7월 퇴임하는 이강국 대법관은 헌재 소장 자리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경기고.서울법대.50대가 주류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부한 전례는 없다.

따라서 이날 제청된 인사들이 모두 합류할 경우 대법원은 최고참인 고현철 대법관이 퇴임하는 2009년 2월까지는 현 진용대로 운영된다.

연령별로는 60대 2명,40대 1명을 제외하곤 나머지 10명이 50대다.

대학은 원광대 출신인 김지형 대법관을 제외하곤 13명 중 12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출신 고등학교는 경기고가 4명으로 가장 많고,광주일고와 경기여고가 2명씩, 경남고 경북고 대전고 서울고 전주고가 1명씩이다.

지난해 서열파괴 인사로 사시 기수도 10회부터 21회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져 다양한 연령층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김병일.정인설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