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 소송'으로 알려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구간(원효터널)의 공사착공 금지 가처분신청 재항고 사건이 2일 최고법원에서 기각됐다.

환경보호와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대형 국책사업에서 대법원이 최근 새만금소송에 이어 이번에도 근거가 미약한 환경단체의 환경보호론 대신 정부의 개발론을 지지해준 것이다.

이에 따라 2년8개월여간 끌어온 법적 분쟁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시행 이후 두 차례의 공사 중단으로 인해 1조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등 '묻지마식 환경소송'의 폐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반면 환경시민단체들은 이날 대법원 결정에 대해 "개발지상주의에 치우친 잘못된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환경 침해 가능성 없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천성산 공사 구간 일부에 토지소유권이 있는 내원사와 미타암의 환경이익 침해 가능성에 대해 "개연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청인이 주장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자연변화 정밀조사를 실시했고,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의 검토 의견에서도 터널공사가 천성산의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개인이 헌법상 기본권인 환경권을 근거로 직접 다른 개인에게 공사 중지를 청구할 권리는 없다는 종래 학설과 대법원 판례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실시 등 환경보전기본법상의 절차적 권리가 단순한 내부 규정이 아니라 개인이 청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라는 점은 인정했다.

이에 따라 "피신청인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그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나아가 후손에게 이를 물려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롱뇽,끝내 소송 자격 못 얻어

동물인 도롱뇽이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도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이번 사건이 처음 제기됐던 2004년 10월 환경단체 등이 부산지법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서에 '도롱뇽'이라는 이름을 소송 당사자란에 적어 법원 직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렇지만 도롱뇽은 1ㆍ2심에 이어 이날 대법원 결정에서도 끝내 소송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대법원은 "천성산 일원에 서식하는 양서류인 도롱뇽은 '자연물'이고 도롱뇽을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는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최소 1조원 이상 손실 초래

이번 결정으로 천성산 13.2km 구간을 포함한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이 급물살을 타 2010년까지 완공할 수 있게 됐다.

또 새만금소송의 경우처럼 불확실한 환경문제가 국책사업의 발목을 더 이상 잡아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확고한 의지도 재확인됐다.

하지만 천성산 노선은 2003년 3월 대안 노선을 검토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와 같은 해 10월15일 제기된 이 건 가처분 신청 등으로 공사가 두 차례나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3개월씩 총 6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됨에 따라 물류소통 장애 등 사회간접손실액만도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