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종 마약 중간판매상인 상도(류승범)와 광기어린 악질 형사 도 경장(황정민)의 공생관계를 그린 '사생결단'은 그야말로 '남성 누아르 영화'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마약 중간상이지만 자신을 벤처사업가로 생각하고 있는 상도는 편한 힙합패션(금방 흘러내릴 것 같은 헐렁한 바지 패션)이 아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명품 정장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평소 옷 잘 입기로 소문난 배우 류승범은 상도를 단순한 뒷골목 양아치로 보지 않았다.

마약상 소굴 안에 있으면서도 스스로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한 만큼 어울리지 않는 정장 차림으로 차별성을 두고자 했다.

제작 보고회에서 류승범은 취재진으로부터 "마치 양아치 같은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그는 "명품이지만 명품답지 않은 게 의상 컨셉트였다"고 답변했다는 것.아무리 비싼 명품을 입는다고 할지라도 그 내면의 인물이 지닌 속성이 명품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유명한 기성복 디자이너 폴 스튜어트의 명언이 떠오른다.

"업무를 위한 한 벌의 정장은 업무에 해가 될 만한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점잖은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는 것이다."

남성에게 정장은 단순한 옷의 의미를 넘어선다.

따라서 성공의 목표를 가진 남성이라면 정장으로 자신을 가꾸는 방법을 익혀두어야 하고,고상하면서도 기품있는 인상을 다른 사람에게 남기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상도의 명품 패션에 대해 "마네킹이 입은 옷을 그대로 벗겨서 입은 듯한 어색함을 추구했다"고 말한 류승범은 패션을 바로 알고 표현할 줄 아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유미하(패션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