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 >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출산율은 낮아졌는데 미숙아의 출산은 오히려 증가해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전체 출산의 10% 이상인 5만여명의 미숙아가 출생하는 등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숙아의 경우 사망률과 신경학적 후유증의 위험성이 정상 신생아보다 20배 이상 높으므로 국가적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과거에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으로 미숙아는 사람 구실을 못할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흔했지만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미숙아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 의료진은 초극소 미숙아도 94% 이상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세계적으로 뛰어난 미숙아 치료기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훌륭한 치료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숙아 치료에 필요한 신생아 중환자실의 병상은 필요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실정이다.

얼마 전에는 대구에서 출생한 미숙아가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을 찾아 대전까지 가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이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들이 여기저기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의료보험수가 때문이다.

미숙아 치료를 위해서는 출생 직후 평균 두 달 이상의 입원기간이 필요하고 많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여기에다 고가 의료장비가 많이 필요한데 2000만원이 넘는 인큐베이터의 하루 사용료가 9400원,3000만원 이상의 인공호흡기 하루 치료비가 1만원으로 책정돼 있는 등 대부분의 의료보험수가가 장비의 감가상각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낮다.

이로 인해 신생아 중환자 한 명당 약 350만원 이상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적어도 진료 원가는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의료보험수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정부는 불임환자 지원 등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 해 5만명 이상 출생하는 미숙아를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정책의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미숙아들은 출생 직후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평생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으며 사회·경제적으로도 이때 지원하는 비용의 30배 이상의 사회 환원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생아에 대한 투자는 바로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미숙아 생명 존중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과 함께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