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밤의 `평양 모란바'. 대형 비디오 스크린이 로키산맥과 푸른 하늘을 보여주면서 "천년만에 한번 오는 사람, 김정일"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 주점의 북한 여종업원들은 몇년전 남한에서 유행하던 전통 한복을 입고 있다.

1980년대 유행하던 북한 노래 `휘파람'를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는 떨렸고, 음정도 맞지 않았다.

주점의 서비스도 좋지 않았지만 휘파람 노래가 끝나자 손님 한사람이 `앙코르' 를 외쳤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북한에 있는게 아니라 한국의 한복판 대전에 있는 이 `평양 모란바'의 풍경을 소개하면서 한국내 `북한풍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문을 연 120석의 이 주점은 북한 음료와 북한 풍경 포스터, 북한 노래 를 특징으로 삼고 있으며, 이 주점의 카운터 위에는 김정일과 한국 정상의 사진이 걸려있다.

주점 밖에는 "북한에서 온 예쁜 여자들이 있다"는 광고판이 붙여있다.

뉴욕타임스는 199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의 학생들은 북한 괴뢰도당을 묘사하는 포스터를 잘 그리면 상을 받았지만 대북 햇볕정책이 추진되고 `공동경비구역(JSA)'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한국내에서 북한사람은 이제 더이상 위협적인 공격자가 아니라 현대적 삶으로 이끌 필요가 있는 시골의 형제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
탈북자들과 남한 사람들이 함께 북한 음식점을 열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북한상품과 북한산 미술품들을 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음식점 `옥루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탈북자 정수반(42)씨는 "북한은 1950년와 60년대의 남한을 생각나게 한다"면서 "2∼3년전만 해도 북한 군복을 입은 종업원을 두면 그 식당은 망했지만 이젠 달라졌다"고 말했다.

북한 지명 27곳을 식단으로 내건 북한 식당 `날래 날래'의 홍창료 사장은 식재료의 40% 가량이 북한에서 온다고 말했다.

북한 주점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은 버드와이저 병마개를 딸 줄도 모른다.

그렇게 따는 맥주병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미흡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질이 나쁘다는 게 오히려 남한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북한풍 식당에 들른 한 23세의 대학생은 "자연적이고 오염되지 않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북한풍 식당을 보는 남한 사람들의 시각은 세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북한을 여전히 적으로 여기는 나이 많은 세대들은 북한 어린이들이 굶주리는 영상을 보고 싶어하지만 북한과의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젊은 세대들은 평양의 깨끗한 거리를 보고 싶어 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