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골라LNG 계열의 투자회사인 제버란 트
레이딩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으로 촉발됐던 외국인 투기꾼 주의보가 국내 해운업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골라LNG 계열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르웨이 투자회사 스타뱅거 폰즈포발트닝이 지난 12일 단순 투자목적이라며 최근 장내 매수를 통해 대한해운 주식 52만주(5.2%)를 매집했다.

현재 대한해운은 골라LNG가 21.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스타뱅거의 이번 지분 취득으로 두 회사를 합치면 26.29%의 지분을 확보해 마음만 먹을 경우 경영권 참여 등을 통해 적대적 M&A까지 시도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업계에서는 지난 2일 현대상선 지분 7.11%를 현대중공업그룹에 전량 매각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뒀던 스타뱅거가 이번에는 대한해운 지분 매입으로 한국 해운사들을 뒤흔들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타뱅거나 제버란 트레이딩은 모두 현대상선 지분매각을 통해 확보한 매각 차익 1천억원을 포함해 5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 유동성을 보유해 대한해운의 지분을 더 사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한해운 외에도 한진해운, 흥아해운 등 국내 선사들의 지분을 상당량 확보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국내 주요선사들이 외국인 투기꾼들의 플레이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흥아해운의 경우 이미 조세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에 거점을 둔 페어먼트파트너즈가 최대주주에 올라선 상황이며, 국내 최대선사인 한진해운도 제버란 트레이딩의 지분이 6.44%에 이른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지분이 급속히 늘었다"면서 "2002년에는 외국인 지분율이 13% 정도에 머물렀는데 올해는 5월 1일을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외국인 지분율이 무려 33.45%에 이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추세를 볼 때 이들 외국인 투기꾼들은 진짜 적대적 M&A를 하기보다는 이런 소문을 퍼트려 주가를 올린 뒤 시세 차익을 챙기고 떠나는 수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그룹이 과도한 프리미엄으로 현대상선 지분을 골란 LNG계열에서 사는 바람에 이들 외국인의 여유자금이 다른 해운선사를 공격하는 실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제버란 트레이딩이 현대상선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을 당시 우리가 적대적 M&A 가능성이 없다고 그렇게 설명했는데 현대중공업그룹이 일방적으로 백기사를 자처하면서 비싸게 지분 전량을 사는 바람에 현재 다른 해운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해운의 경우 스타뱅거가 제버란 트레이딩과 연대할 경우 다시 M&A 위협이 고조될 수 있다"면서 "현대중공업이 차익을 실현해준 외국인이 다시 그 차익으로 한국 해운업계를 노리는 행위는 마치 저급한 기업 사냥꾼 모습 그 자체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