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서울 1945'에서 우파 지식인으로 열연

"제가 최운혁(류수영)에 비해 약하게 비친다고요? 아닙니다.

둘 다 강한 지식인이죠. 사회주의, 민주주의 등 성향의 문제로 그렇게 보일 수는 있죠. 하지만 제 배역의 캐릭터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입니다."

KBS 1TV 드라마 '서울 1945'(극본 이한호ㆍ정성희, 연출 윤창범ㆍ유현기)에 출연 중인 김호진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중 이미지가 약해 보인다"는 질문에 이같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강인하고 중후한 이미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무게 있는 부분에만 점수를 매긴다면 80점 정도는 주고 싶다"고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한 '서울 1945'에서 그는 우파 지식인 이동우 역을 맡았다.

일제하 재력가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OSS에서 특수 훈련을 받은 후 미 군정의 보좌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소설 '태백산맥'의 지역유지 출신 김범우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박상원의 이미지와 중첩된다.

현대사가 배경인 예술작품의 우파 지식인이라면 이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호진은 그들과도 분명한 차별성을 두고 있다고 밝힌다.

"이동우는 우파이지만 최운혁, 문동기 등 친분 있는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적인 성향이 있죠. 이전 우파 지식인의 완고함에 비하면 조금 더 융통성이 있습니다.

다른 주인공 3명 모두를 뒤에서 도와줄 정도로 힘이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죠."
처음으로 시대극에 출연하고 있는 소감에 대해서는 "새로운 소재를 부각시키는 드라마에 참여하게 돼 좋다"며 "특히 이 드라마는 당시 시대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독특하다"고 말했다.

좌우 이념 대결 등 민감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만큼 관련 공부에도 신경을 썼다.

다큐멘터리를 시청했고, 최근 화제가 된 책 '해방전후사의 재인식'도 구해서 읽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관련 책 등을 보지 말래요.

연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신 것 같아요."

이에 "드라마의 스토리가 멜로에 함몰되는 것 같다"는 질문을 던졌다.

남자 주인공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 여주인공에 대한 사랑을 먼저 고려하기때문이다.

그는 "당시 젊은이의 사랑을 먼저 다루려다 보니까 그렇게 비치는 것 같다"며 "다만 드라마가 당시 사람들의 열정과 격정을 조금 더 극적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편 김호진의 아내 김지호도 요즘 연극 '클로져'에 출연하는 등 부부가 동시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침 식사 시간 외에는 서로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상대 출연작에 대해서는 열심히 모니터해주고 있죠. 저는 지호씨가 출연하는 연극 제작진과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