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7거래일 동안 매도 우위를 보이며 2조원대 주식을 내다팔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지수 상승과 원화 강세, 조세피난처 과세 우려 등이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4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달 25일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7거래일 동안 2조116억원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22일부터 10월26일까지 24거래일 동안 3조3천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이후 최대 누적 순매도 기록이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전날까지 운수장비(4천833억원)와 운수창고(4천617억원), 전기전자(3천399억원), 철강금속(2천345억원), 건설(1천250억원) 등의 업종에 집중됐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되자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조세 피난처 과세법이 통과됨에 따라 일부 펀드의 청산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석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세피난처 과세법이 통과됐어도 대주주가 아니면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외국인 매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 절상이 다른 통화에 비해 가파르게 진행돼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한국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한 것도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는 "코스피지수 상승과 원화강세, 조세피난처 과세법 등 요인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며 "삼성전자와 POSCO 등 간판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물량을 받아주고 있는 것도 외국인 매도의 한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조 부장은 "1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MSCI지수 비중 조절 등 이벤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은 적극적인 시장 참여보다는 차익실현 또는 소극적 종목 교체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10일 시가총액이 263조원에 달하는 러시아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을 MSCI지수에 편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 가운데 한국과 대만의 MSCI 비중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