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에 따른 재건축 추진에 제동이 걸린 서울 여의도 상업지역 내 아파트 단지에 실망감이 번지고 있다.

사업 추진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의 매도 문의가 늘고 매수세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당초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대신 건축법으로 재건축할 경우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용적률도 200%포인트 높은 600%까지 적용받을 수 있어 매수 문의가 빗발치는 등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25일 건축법 방식으로 상업지역 내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주상복합 우선공급 대상을 나대지 소유자로 국한하거나 건물주에 대한 우선공급 물량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자 여의도권 아파트시장 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드물게 대형 평형(50평 이상)으로만 이뤄진 서울아파트의 경우 지난주부터 매도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초고층(77층) 재건축 추진 이후 강세를 보이던 아파트 값도 최근에는 50평형이 20억~22억원,69평형이 28억~30억원에 호가만 형성돼 있을 뿐 실거래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한 시공사가 다음 달까지 주민 동의서를 100% 받는다는 전제로 여전히 건축법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 중이지만 주민 의견이 엇갈려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재건축 추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지 규모(329가구)가 건축법 적용 상한(300가구)을 넘어 30가구를 시공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던 수정아파트도 매수 문의가 크게 줄었다.

이 아파트 23평형의 경우 한때 6억8000만원으로 연초 대비 5000만원가량 오른 값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지난주부터 매수 문의가 끊기고 재건축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만 폭주하고 있다.

인근 수정공인 관계자는 "도정법에 따라 재건축하더라도 상업지역 안에 있어 서울시내 다른 아파트보다는 용적률이 200% 안팎 높은 만큼 수익성은 여전하지만 개발 차익에 부과되는 재건축 개발부담금 때문에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 때문에 여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의도를 찾는 수요는 꾸준한데 신규 공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용적률 274%로 재건축 때 되레 용적률이 깎이는 한양아파트 매매가도 31평형이 연초보다 6000만원 오른 7억원에 거래되는 등 인근 집값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국제금융센터 건설 및 통일주차장 부지 개발 등 개발 재료가 있는 데다 실수요도 꾸준한 만큼 재건축 추진이 장기화되더라도 실망 매물이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