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3.30 부동산 후속대책이 나온 지 한달째를 맞아 서울 강남지역에 대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은행권은 강남권 노른자 지역에 대한 무리한 마케팅보다 DTI가 적용되지 않는 여타 옐로칩 지역에서 대출을 확대하거나 신용.소호.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

◇ 강남 노른자 지역 대출 줄어

2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DTI 규정이 적용되면서 시가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 노른자 지역에서는 은행 대출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김창수 팀장은 "이번 DTI 규제로 투기성 수요가 많았던 지역의 주택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특히 대치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출이 가능한 아파트가 거의 없는 셈이 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가계여신팀 현경만 차장은 "시장에서 보면 6억원 초과건들은 강남과 서초, 송파 등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다"고 말했다.

또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장기대출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원래 은행권에서는 3년 및 5년 만기 대출이 주류를 이뤘지만 장기대출에 대한 문의가 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 당국은 장기 대출을 통해 한도를 늘리는 편법을 봉쇄하기 위해 사실상 20년 이상 대출을 막고 있다.

◇ 은행 영업 일부 타격 조짐

시중은행들이 경쟁을 벌여온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여파가 미치면서 영업에도 일부 타격을 받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북에서는 대출 규모가 5천만~1억원 정도가 많지만 강남 지역에서는 5억~10억원의 대출도 자주 일어난다"며 "영업에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량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실질적인 타격은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 남시태 차장은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이 더 활발해지면서 6억원 이상 주택 대출에서 감소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시장 위축에 따른 돌파구로 신용.소호.중소기업 대출 부문을 꼽고 시장 공략을 진행중이다.

◇ 부동산 후속대책 효과는

3.30 부동산 후속대책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일단 단기전에서는 효과가 있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대출이 발생시킨 레버리지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
하나은행 김 팀장은 "특히 자금 동원력이 좋은 자영업자들이 자기 소득을 입증 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노른자 지역에서 대출이 어렵게 되면서 부동산 대책으로서 효과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현재 주택가격에 거품이 많다"며 "이번 대책을 계기로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투기가 다소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역대 부동산 대책들이 대부분 시행후 1~2개월간 효과를 보이다가 바로 효과를 상실했다"며 "3.30 대책 역시 좀 더 지켜봐야 효과가 있을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이준서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