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강한 기업."

삼성그룹과 프랑스 토탈그룹의 합작사인 석유화학업체 삼성토탈의 임직원들은 자신의 회사에 대해 이렇게 자부한다.

1988년 삼성종합화학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길지 않은 역사를 가졌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극복하고 2000년대 초 석유화학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원가절감과 제품구조 혁신으로 강한 체질을 만들어왔다.

2003년에는 토탈그룹으로부터 50%의 지분 참여를 이끌어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현재 석유화학의 기초유분인 에틸렌을 만드는 나프타분해공장(NCC)을 비롯해 총 15개 계열공장에서 연간 460만t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세계 130여개국으로 수출하는 종합화학기업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위기 상황이다.

유가급등 환율급락 경기침체로 '3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제품가격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토탈은 2001년부터 실시해온 각종 경영 혁신으로 원가경쟁력을 갖춰 지난해 4047억원의 영업이익과 28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경영 혁신의 중심에는 2001년 취임한 고홍식 사장이 있었다.

고 사장은 석유화학분야에만 30년 가까이 몸담아 온 전문경영인으로 1972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제일합섬,삼성그룹 비서실,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삼성엔지니어링 등을 거치면서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순수 엔지니어 출신의 최고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고 사장은 "해마다 8~9%씩 성장하는 중국시장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판매하는 게 경영의 제1목표"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반 범용제품에 비해 시장가격이 30% 이상 높고 전망성도 뛰어난 제품으로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삼성토탈의 차별화 제품 판매 비율은 이미 75% 수준.이를 2008년까지 100%로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명품공장'으로 탈바꿈해 나간다는 게 고 사장의 목표다.

따라서 충남 대산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 수익성이 낮거나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제품은 과감하게 생산을 포기할 계획이다.

삼성토탈은 2002년부터 에너지비용,물류비용,제품구조,생산성 등 주요 원가 항목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사적 경영혁신운동인 '서바이벌-1000'을 전개했다.

'최악의 시황에서도 10%의 경상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원가구조'를 갖추는 게 목표였다.

삼성토탈은 이 캠페인을 전개한 3년 동안 에너지 비용 누적절감액이 1억달러에 달했으며 에너지 사용비율도 총 제조비용의 24%에서 19%로 대폭 낮췄다.

삼성토탈은 특히 물류비용의 절감을 위해 연안운송로 개발,포장백 대형화 등으로 제품 t당 물류비를 2달러 이상 낮춰 연간 1000만달러 이상의 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다.

삼성토탈은 또 경영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서울과 대덕에 있던 영업 연구 지원 기획부문을 생산현장이 있는 대산공장으로 일원화해 경영의 효율을 높였다.

이와 함께 고객 중심의 기술영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003년 국내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사무실 책상을 없애는 '모바일오피스제도'를 업계 최초로 시행했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이 제도를 해외 영업부문까지 확대 적용해 고부가 제품 판매가 30% 이상 확대되고 신규 대형 거래선이 10% 이상 늘어나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토탈은 이 같은 혁신프로그램으로 900여일 만에 약 2500억원의 수익개선효과를 달성했다.

국내외 기업들 뿐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벤치마킹 의뢰가 쇄도하기도 했다.

삼성토탈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또 하나의 혁신프로그램인 '업그레이드 330'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3년간 가공비 30%를 절감해 선진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를 위해 생산성 향상,에너지 절감 등 핵심부문에서 개선효과가 큰 아이디어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생산과 신시장 개척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