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중·소형 아파트 청약에서 떨어진 낙첨자들을 겨냥한 수도권 주택공급이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중·소형 평형이 많은 단지들은 분양시기를 당첨자 발표일(5월4일) 이후로 대거 연기하고 있어 '포스트 판교' 청약대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당초 4월 분양을 계획했던 대우건설 대림산업 진흥기업 등은 공급시기를 판교 당첨일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사업계획 승인 등 인·허가가 늦어지거나 분양가 미정 등의 이유도 있지만 판교 당첨일 이후 낙첨자 수요를 흡수하려는 의도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판교 당첨일 직후를 노려라

수도권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은 판교 당첨일 직후를 분양에 가장 유리한 시기로 보고 있다.

판교에서 떨어진 청약자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고,더 늦어지면 지방선거와 월드컵(6월)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수원 천천주공 재건축(2571가구)의 경우 모델하우스는 당초 예정대로 이달 28일 문을 열면서도 청약은 판교 당첨일 이후인 9일부터 받기로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판교에 청약한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당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다른 단지에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정을 조정하더라도 판교 당첨일 이후에 청약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이달 예정이었던 용인 기흥구 구성읍 마북리(460가구)와 안양 동안구 비산동(171가구) 분양을 모두 내달로 연기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양시기는 아직 미정이지만 5월 중이 될 것"이라며 "발코니 트기를 위한 사업계획 변경이 연기의 주된 이유지만 판교 영향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용인 기흥구 기흥읍에서 이달 중 1051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던 진흥기업도 내달 말께로 분양시기를 조정했다.

진흥기업 관계자는 "분양가 결정에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판교 당첨일이 지나면 용인 등 판교 수혜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중·소형 많은 단지들이 대부분

판교 당첨일 이후에 분양에 나서는 단지들은 대부분 현재 분양 중인 판교와 청약통장이 겹치는 중·소형 평형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대림산업의 용인 마북리 단지는 총 460가구(34∼51평형) 가운데 전용 25.7평 이하인 34평형이 218가구나 되며 안양 비산동 역시 24평형 15가구와 32평형 320가구 등 중·소형이 전체 가구수(486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내달 분양되는 대우건설의 부천 중동역2차 푸르지오도 25∼34평형의 중·소형이 624가구나 돼 전체 가구수(812가구)의 80%에 달한다.

용인 기흥읍에서 분양하는 진흥기업(1051가구) 역시 33평형이 377가구를 차지하고 있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팀장은 "판교에서는 오는 8월 2차로 중·대형이 공급돼 이번 판교 당첨일 이후 중·소형 수요는 인근 수도권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건설사들이 이같은 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분양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