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은 재판 소요 시간과 법률적 쟁점 등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26일 형사사건 첫 공판 기일이나 증거조사 개시 전에 사건의 법률적 쟁점과 증거조사 일정, 선고예정일 등을 `공판심리 계획표'에 담아 당사자에게 예고해 주는 `계획심리 제도'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이나 사안이 복잡해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사건, 선거범죄 등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재판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는 형사사건에 우선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 피고인은 재판부가 검찰 및 변호인과 심리방향을 협의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공판심리 계획표를 재판 초기에 받아볼 수 있다. 이 제도는 최근 법원이 검찰과 함께 다음달 초부터 전면 실시키로 한 증거 분리제출 제도의 현실화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마련됐다. 증거 분리제출은 검찰이 기소와 함께 수사기록 등 각종 증거를 한꺼번에 법원에 내는 것이 아니라 재판 진행 경과를 보면서 필요한 증거만 골라 법정에서 제출토록 한 제도다. 검찰에서 언제 어떤 증거를 제출할 지 모를 경우 피고인이 증거들을 검토하고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등 재판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서울중앙지법은 증거분리제출로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짐에 따라 불구속 재판 등 주로 변호인 선임 없이 재판이 이뤄져 온 사건이더라도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부인할 경우, 국선변호인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원 관계자는 "여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등 여러 변수가 남아있는 형사사건은 재판 초기에 모든 공판계획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심리 효율을 높이고 당사자가 쉽게 공판일정을 예측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계획심리 제도의 취지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밖에도 소송기록 편철이나 송달 등 증거분리제출로 생기는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예규가 대법원에서 곧 마련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