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후보로 지명된 한명숙(韓明淑) 의원이 과연 '무사히' 인준청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전반적인 정치권의 분위기는 "가능성은 높지만 속단은 금물"로 요약된다. `여성총리' 지명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크고 인물론 측면에서도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인준으로 가는 길목에서 의외의 `복병'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조심스런 기류는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 지명자였던 장 상(張 裳)씨의 인준이 부결된 전례가 있는 탓이다. 2002년 7월 11일 김대중(金大中) 정부 말기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로 지명된 장씨는 "21세기는 여성이 국운을 좌우한다"는 시대적 분위기를 타고 각계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특히 8.8 재보선을 앞두고 `여성표'를 신경쓰고 있던 야당으로서는 "싫어도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여론은 삽시간에 악화됐다. 위장전입 및 부동산투기에다 학력기재, 장남국적 문제 등 도덕성과 개인자질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탓이다. 급기야 장 지명자는 7월31일 본회의에서 실시된 총리 인준동의안 표결에서는 전체 244표중 찬성 100, 반대 142, 무효 1, 기권 1표로 인준에 필요한 출석과반을 얻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야당인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인준을 적극적으로 도와야할 민주당 내에서조차 `반란표'가 대거 쏟아져나온 것이다. 이는 제 아무리 여성총리 지명자이고 업무능력이 탁월하다 하더라도 도덕적 측면에서 `치명적 흠결'이 드러난다면 무사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물론 한 지명자를 장씨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수차례 `스크린'을 거쳤을 개연성이 높아 결정적 하자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청와대의 사전검증 단계에서 드러나지 않은 의혹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 나온다. 아직까지 한 내정자 본인과 주변과 관련해 문제점이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어떤 변수가 돌출할 지는 예측불허라는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특히 이번 청문회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주도권을 거머쥐려는 여야간 대결국면의 한복판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사소한 하자라도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될 `인화성'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장상 전 총리서리 지명자때보다 상황은 훨씬 더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골프파문으로 총리가 물러난 상황임을 감안하면 총리에게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준을 매우 높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본게임'에 앞선 여야간의 기싸움이 뜨겁다. 한나라당은 한 내정자의 당적문제가 정리되지 않을 경우 아예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이에 우리당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뜨거운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청문회 이후의 표결 향방도 관심이다. 현재 원내의석 분포는 우리당이 143석으로 48%, 한나라당이 126석으로 42%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11석, 민주노동당이 9석, 국민중심당이 5석, 무소속이 3석을 차지하고 있다. 큰 틀에서 `여소야대' 구도이지만 인준안 통과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캐스팅보트'를 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특별한 전략적 변수가 없을 경우 우리당과 보조를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다. 또 한나라당은 여성총리라는 정치적 의미를 감안해 당론으로 반대입장을 정하지 않고 개개인의 자유표결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가(可)표가 더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한 내정자의 인준안 통과여부는 청문회의 `본령'이랄 수 있는 도덕성과 개인 자질검증 결과와 그에 따른 전반적 여론의 향배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