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과거 다른 은행에 합병된 은행의 직원들의 절반 이상이 직장을 잃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과거 하나은행, 국민은행에 합병된 7개 은행의 직원은 합병전에는 2만6천319명에 달했으나 지난해말 현재 1만1천902명으로 줄어들어 '생존율'이 45%에 그쳤다. 은행별로는 지난 99년 1월 국민은행에 합병된 장기신용은행의 경우 합병전 직원수가 1천12명이었으나 지난해말 현재 국민은행에 남아있는 인원은 1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돼 10명 중 9명 이상 직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98년 6월 역시 국민은행의 품으로 들어간 대동은행의 직원도 2천267명에서 현재 22%인 490명만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은행에 지난 99년 인수된 보람은행도 당시 직원 1천565명 가운데 지금까지 하나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520명으로 3명 가운데 1명 수준에 그쳤으며, 충청은행, 동남은행 등도 19~41%의 직원만 남아있는 상태다. 그나마 비교적 대형인 주택은행과 서울은행의 경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 합병된 이후에도은 각각 57%와 51%가 은행에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높았다. 오는 4월 통합하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경우 원칙적으로 '대등 통합'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직원이나 점포 구조조정이 없어 조흥은행 직원은 당장 실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국민은행은 향후 통합 재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외환은행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외국계임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DBS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DBS측이 인수후 외환은행 직원들의 '고용 보장'을 약속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으나 결국 이런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 직원들은 이래저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국민은행측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하지만 명예퇴직 등의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며 "특히 감원 뿐만 아니라 인사상의 차별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계약을 마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은행이나 외환은행의 인력에 대한 감축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