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서울 강남 주택을 매입한 사람의 80%가 실수요자인 것으로 정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최근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를 통해 8·31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의 집을 산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 80%가 1가구1주택자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력한 부동산 세금 등 투기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원인이 투기수요가 아닌 실수요 때문이란 점을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이다.


그동안 막연하게 강남 집값 상승은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며 부동산 세금 강화 등 투기억제 위주의 정책을 쏟아부었던 정부가 강남의 실수요를 실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 규제완화 등을 통해 강남에 실질적인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재건축 규제완화는 일시적으로 집값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섣불리 규제 완화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강남 집값 딜레마'에 빠진 꼴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허용 문제는 쉽게 정책결정을 내릴 수 없는 딜레마"라며 "강남에 아파트 공급을 늘리려고 재건축 규제를 푼다고 하면 공급이 늘어나는 요인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더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져 정책결정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강북의 대규모 재개발을 통해 강남의 수요를 분산시키는 게 최선인데 아직까지 강북 뉴타운 등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강남 재건축 규제완화는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어 추진하기 어렵고,강북 재개발은 시간이 필요해 당장은 강남의 실수요를 흡수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작년 8·31 이후 콜금리를 세 번 올렸는데도 강남 집값이 뛰는 것은 시중에 정말 돈이 많기 때문"이라며 "지금 같으면 (유동성을) 더 조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 강남의 실수요를 충당할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콜금리 추가 인상을 통해 수요를 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