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상 전문 대표이사를 아시나요.' 두산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가 노사협상을 전담하는 임원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17일 정기주총에서 임상갑 관리본부장(전무)과 신오식 관리지원본부장(전무)을 각각 대표이사로 등재시켰다. 물론 두산중공업은 이남두 대표이사 사장을,두산인프라코어는 최승철 대표이사 사장을 따로 두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두 본부장을 노사협상을 위한 사측 대표로 참석시키기 위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면서 "CEO(최고경영자)인 대표이사 사장은 그만큼 다른 경영 업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과 신 본부장은 이에 따라 올해 각사의 노조위원장을 상대로 노사협상을 벌이게 된다. 상견례부터 실무 협상,최종 임단협 체결까지 사측을 대표해 협상의 전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등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고 임단협을 체결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가 이런 시스템을 갖춘 것은 두산그룹이 두 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사측이 노조에 요구해 단체협약 규정을 개정한 결과다. CEO가 아니더라도 대표이사만 참석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시절에는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노사협상에 나섰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2002년부터 노사협상 전문 대표이사를 도입했다. 도입 직후 47일간의 파업,2003년 노조원 분신자살 등을 거치면서 관행화했다.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출발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처음 도입했다. 두산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노사협상 전문 대표이사가 협상의 전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최종 결정은 CEO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불만이 없지는 않으나 단협 개정 사항이라서 관행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