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총리 인선이 당초 '주초 가시화'에서 이번 주 후반으로 늦춰질 전망이다.다만 총리 후보들의 면면은 드러났다.


앞서 알려진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과 전윤철 감사원장 외에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과 문희상 의원이 급부상한 가운데 박봉흠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가세한 국면이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일 "백지상태에서 검토가 이뤄진다"고 말했지만 이들을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2~3일간 여론과 야당의 반응,국정의 일관성을 감안해 최종 낙점한다.


청와대는 당초 '백지상태의 원점 검토'를 강조했으나 이날 오후 후보들을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흘렸다. 여론과 정치권의 반응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한명숙 의원= 여권의 여성중진 중 경력이 가장 화려하다. 2004년 고건 전 총리 후임으로 물망에 오른 적도 있다. 현 정부 출범 때 환경부 장관을 맡았고 2004년 총선 이후 여당 상임중앙위원 등 중책을 맡아왔다. 여성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이병완 실장이 이날 "남녀 구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한 의원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평이다. 여성장관 환경장관을 지내 행정 업무의 속성을 알 수 있는 처지이고,노 대통령의 의중도 실려 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현역 여당 의원이어서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중립'시비에 말릴 수 있다. 전임 이 총리만큼 분권형 국정을 잘 이끌지 능력도 검증되지 않았다.


◆문희상 의원= 청와대 비서실장과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여권의 핵심 중진이다. 노 대통령의 의중과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처지다. 의원 경력과 현 정부초기의 각종 로드맵 짜기에 적극 관여해 줄곧 총리 후보로 거론돼왔다.


DJ정부때 청와대 정무수석,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점도 호남민심을 의식하는 노 대통령에게는 장점이다. 그러나 여당의 핵심 정치인이라는 점이 걸린다. 따라서 한 의원과 마찬가지로 야당이 '코드 인사'라고 비판을 가할 경우 정치적 중립 유지가 쉽지 않다.


◆전윤철 감사원장= 공직 경력만 보면 화려하다. 공정거래위원장,기획예산처 장관,청와대 비서실장,경제부총리를 거쳐 감사원장 경력 3년째다. 국정 전반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자리를 거쳤다. 국회에서 볼 때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킬만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행정력과 대국민 안정감에서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응은 미지수다. 그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에 강도높은 특별감사를 벌여 지자체장들과 다소 불편한 사이다. 호남출신이라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국회의장,대법원장이 이미 호남 인사다.


◆김병준 정책실장= 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정책 참모다. 대통령직 인수위 때부터 시작해 현 정부의 정책적 골격을 직접 짜왔고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을 거쳐 청와대 정책실장에서 크고 작은 정책에 관여해왔다.


그러나 그가 후보로 부각되자마자 한나라당 등 야당에서 바로 부적격자라고 비판한 점이 노 대통령에겐 큰 부담이다. 현 정부 이전의 경력을 감안하면 상당수 국민들에게 '과연 총리감이 되는냐'는 의구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박봉흠 전 정책실장= 노 대통령이 능력을 인정하는 소수의 공무원 중 한 명이고 경력도 좋다. 1년 반 넘게 공직을 떠나 있어 코드인사 시비나 정치적 중립 시비에서도 다소간 벗어날 수 있다. 2004년 6월 청와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난 이유가 건강 때문이라는 점이 최대 단점이다. 격무인 총리직을 수행해 내기에는 아직 건강이 버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