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t half of fried vegetable on the chips to make another layer(볶은 야채의 절반만 올려 놓으세요.다시 칩을 깔고 층을 만들 것이니까요)."


'layer(층)'라는 단어를 못 알아듣던 학생들이 하나 둘 외국인 선생님의 동작을 알아채고 "Okay"라고 소리친다.


옆에서 치즈 써는 것을 돕던 염지수양(구리여중2·14)은 "I'm putting some cheese(저는 치즈를 놓을게요)"라고 말한다.


20일 경기 영어마을 파주캠프 요리실습실에서 구리여중생들이 멕시코의 대표적 음식인 나초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 다음달 3일 개원을 앞두고 시범 운영에 들어간 경기 영어마을 파주캠프에 참가한 경기도 구리여중생들이 원어민 교사들로부터 영어로 로봇의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김정욱 기자 haby@hankyung.com ]


원어민 강사 테린 슈트씨(26)는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말을 잘 안 하던 아이들이 금방 적응하면서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소극장에선 5~6명의 학생이 모여 러시아 민요를 배우고 있다.


외국인 못지않게 영어 구사능력이 우수한 한국인 강사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원어민 선생님 켄 푸시씨(49)가 지휘를 한다.


아이들은 서툰 영어로 가사를 받아 적으며 따라 부른다.


시청 앞 분수광장 근처에서는 아예 춤을 추는 아이들도 눈에 띈다.


힙합 잉글리시 수업시간이다.


오는 4월3일 공식 개원을 앞두고 파주캠프에 이날 시범 입소한 구리여중생 200명은 영어마을 시설을 돌아다니고 각종 수업을 받으면서 살아 있는 영어를 익혔다.


김다솜양(14)은 "마치 해외로 어학연수를 온 기분"이라며 "외국인 선생님과 얘기하는 것이 아직 쑥스럽지만 5박6일의 교육 기간이 지난 뒤에는 훨씬 영어에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안산캠프를 운영해 온 경기도와 경기도영어문화원이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8만4000평(건축 연면적 11만평)에 세운 파주캠프는 전국 47곳에 이르는 영어마을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흡사 영화 '백투더퓨쳐'에 나오는 영국풍 도시를 연상시킨다.


야외축구장과 수영장,레스토랑과 영어책방,베이커리 등이 들어선 상업시설,대형 극장과 소극장,인형과 쿠키 등을 직접 만드는 체험관,기숙사 등은 완벽하게 외국 마을을 재현했다.


공항을 본뜬 입국장에서 여권을 받아 든 아이들은 은행(농협)으로 이동,수업시간에 사용할 'EV(English Village)머니' 20달러를 환전한다.


여가 시간을 이용해 봉사활동 등을 하면 돈을 더 벌 수도 있다.


경기도 내 중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5박6일 과정에서는 드라마 음악 엔터테인먼트 과학 등의 전공 과목 중 1개를 미리 택해 반을 배정받는다.


뮤직비디오를 직접 만들거나 과학 실험을 할 때,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도 오로지 영어를 써야 한다.


파주캠프의 강점은 영어교육에만 있지 않다.


100명의 영어 원어민 강사 가운데 13명은 공연예술가들이다.


직접 뮤지컬과 연극 등을 공연한다.


다국적 문화공연과 음식,체육시설이 어우러진 '놀이공원'의 개념이다.


일반 관람객은 미리 인터넷으로 1일 체험과정이나 1박2일 가족동반 주말반을 예약할 수 있고 현장에서 접수할 수도 있다.


제프리 존스 파주영어마을 원장은 "850억원이 들어간 파주캠프는 단순히 영어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자는 목적 이외에 가족 단위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 명소를 지향하고 있다"며 "영화 및 광고 촬영지로 대여하고 도서,캐릭터,방송콘텐츠 사업을 병행해 올해 연간 150억원의 운영비 중 47% 정도를 자립적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주=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