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나 다름 없었지만 생각보다 전투가 잘 풀려 만족하는 편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박교선 변호사(42·사진)는 지난 17일 열린 KT&G의 주주총회에서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칼 아이칸연합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KT&G측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소버린의 SK 인수 시도도 막아내는 등 그는 날이 드센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로 통한다. "칼 아이칸과 연합을 했던 스틸 파트너스측에서도 아이칸 측의 대리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왔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담배 소송으로 KT&G와 맺은 인연이 벌써 7년째인데다 변호사 윤리에 어긋난다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아이칸측이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대전지법에 낸 뒤부터 법원에서 공개변론이 진행되기까지 거의 매일 밤을 지샜다. 그는 주총에서 사외이사와 감사를 분리해 뽑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매진했다. KT&G는 2004년부터 사외이사와 감사를 나눠서 뽑았는데 아이칸측이 마치 자신들의 간섭을 배제시키기 위해 분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지난 9일 열린 공개변론에서 2004년도 주총을 준비했던 KT&G 실무자를 증인으로 내세우는 등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 아이칸측의 소송을 무력화시켰다. 아이칸이 주총에서 사외이사 한 명을 확보함에 따라 KT&G와의 분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KT&G가 백기사가 될 주주들에게 자사주를 매각할 경우 아이칸측이 '주식처분 금지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은데다 회사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M&A에 노출된 국내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며 "기업은 항상 M&A 분쟁에 대비해야 하며 취약점이 없는지를 변호사들과 수시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