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6월5일 미국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장. 국무장관 마셜이 축하연설 도중에 유럽부흥계획을 역설했다. 당시 유럽은 2차대전이 끝난 지 2년이 흘렀지만 경제 사회적으로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이었다. 산업 생산은 대공황 시절인 1938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국민의 생활 필수품도 대부분 배급에 의존하고 있었다. 대중의 좌절과 불만은 공산주의 세력의 급속한 팽창으로 연결됐다. 어떤 식으로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대안이 필요하던 때였다. 일명 '마셜플랜'으로 불리는 원조 약속은 이러한 긴박함 속에서 출발했다. 서독은 1948년부터 1951년까지 13억달러의 지원을 받아 경제 재건이란 성과를 일궜다. 이 계획은 오늘날 유럽통합의 출발점이 됐다. '20세기 경제사'(양동휴 지음,일조각)는 대공황,대호황,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일련의 역사를 분석하고 이를 '초장기(超長期) 파동'으로 해석했다. 19세기 말부터 형성된 미국의 헤게모니 속에서 지속되고 있는 이 흐름을 큰 틀로 영국 독일 미국의 경제회복 과정과 마셜플랜 성과를 알기 쉽게 서술했다. 또한 옛 소련과 동구권에 대한 지원 논란,최근 국내외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세계화에 대한 성찰도 담았다. 이 책은 케인스학파 탄생에 일조한 대공황과 네덜란드 동인도 무역 시절의 보험이 오늘날까지 전수되고 있는 등 역사적 사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수학적 스킬이 없더라도 '경제학의 종합 선물세트'라는 경제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300쪽,2만8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