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10일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따지면 이순(耳順)의 나이에 이르렀으니 노동운동도 이제 원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시기에 들어선 셈이다. 하지만 노동 현장의 현실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오죽했으면 이용득 위원장조차 6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노동운동이 내 주머니 채우기식 이기주의로 변질됐다"고 개탄하면서 "투쟁 일변도 운동 방식은 서둘러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까지 했겠는가. 사실 무리하기 짝이 없는 요구를 내세우며 무조건 파업(罷業)부터 벌이고 보는 노동운동 행태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만성적 적자에도 불구하고 신규인력 대폭 충원,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나섰던 철도노조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국민 불편이나 국가경제적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행태는 민망스럽기조차 하다.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대기업 노조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노동계가 이런 식으로 내 몫 챙기기에만 열중한다면 결과적으로 노동계의 고립(孤立)을 한층 가속화시킬 따름이다. 이는 일부 시민단체가 현대차노조의 임금동결 동참 및 고통분담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규탄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는 사실만 봐도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도 이제는 정말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노동계 지도부는 말로만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개선(改善)하기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 60주년은 노동운동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