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잘 낳고 돈도 잘 벌고 집안일도 잘해야지." 북한에서 바람직한 여성상은 한마디로 '슈퍼우먼'이다. 평양방송이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소개한 평양시 평천구역 새마을 지구에 사는 김정희 할머니의 인생역정은 북한의 여성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0년간 한 기업소의 당일꾼으로 활동해온 김 할머니는 난치병에 걸린 남편을 돌보며 8남매를 낳아 키웠다. 북한 당국이 다산을 장려하는 가운데 애도 많이 낳아 키우고 집안일도 돌보면서 직장활동도 열심히 한 김정희 할머니는 북한 여성의 3중고를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여성의 사회활동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대부분의 여성이 직장을 다니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북한에 극심한 식량난 등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더욱 적극 경제활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한 피복공장의 어려웠던 사정을 소개하면서 "종업원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출근율이 문제였다"며 "(여성들은) 생활곤란으로 출근을 하지 못했다"고 밝혀 많은 여성들이 직장출근을 포기하고 보따리 장사 등 사적 경제활동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현재 평양시내의 통일거리 시장 등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여성인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다 한 때 산아제한조치를 실시하기도 했던 북한은 식량난으로 인구가 급감한 1990년대 말부터 다산정책으로 선회해 여성들에게 출산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임신 여성과 산후 1년까지의 산모, 4살 이하 어린이들에 대한 식량 우선 공급 ▲4명 이상 자녀를 둔 여성에게 자녀 수에 따른 특별보조금 지급 ▲아이가 3명일 경우 산후 4개월부터 12개월까지의 휴직제 실시 ▲4살까지의 어린이가 있는 여성의 사회적 노력동원 면제 ▲3명 이상 자녀를 둔 가구에 주택 우선 배정 등의 특혜를 주고 있다. 북한의 여성들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다 집안에서까지 가부장적인 문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사노동은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어 남성들의 가사분담률이 극히 저조할 뿐 아니라 자녀 교육 등도 여성인 엄마의 몫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탈북여성은 "북한은 그 어느 국가보다 여성의사회적 진출이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생활에서는 남성 우위의 봉건적 전통이 그대로 남아있어 가장 모범적인 여성상은 슈퍼우먼으로 인식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