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이 기준치 미달인 건물일지라도 옆 건물의 신축으로 일조량이 더욱 줄었다면 일조권 침해가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김승주 판사는 방모(58)씨가 "인접 건물이 신축돼 제한적으로 누리던 일조권마저 사실상 향유할 수 없게 됐다"며 신축건물 건축주 전모씨 등 2명과 시공사인 D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건축주들은 공동으로 9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물 신축 이전에 이미 기준에 미달하는 일조시간밖에 확보되지 못했더라도 건물 신축으로 일조량이 더욱 줄어 든 이상 피고측의 신축행위와 원고측의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건물 신축과 일조권 침해로 원고가 생활상 불편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추인된다. 다만 새롭게 수인한도(受忍限度)를 넘은 것이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 침해됐던 일조가 더욱 감소된 데 불과한 점을 위자료 산정에 감안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건물이 남향이 아닌 서향으로 지어져 일조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없으며 일반상업지역에 있어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피고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향 구조가 아니라고 일조권 침해를 부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원고측 건물이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에 위치한 주상복합건물이라 하더라도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D사의 경우 도급계약에 따라 건물을 신축한 것에 불과해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방씨는 서울 양천구에 있는 주상복합건물 3층 방을 2003년 4월 취득해 거주하다 이듬해 8월 30m 가량 떨어진 곳에 전씨 등이 건축주인 15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자 일조권 침해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방씨의 집은 원래 일조시간이 동지일 기준으로 오전 9시∼오후 3시까지의 6시간 중 연속 45분, 오전 8시∼오후 4시까지의 8시간 중 연속 58분으로 각각 아파트 기준치인 2시간 이상ㆍ4시간 이상에 크게 못 미쳤으며 옆건물 신축 후에는 일조시간이 0분으로 관측됐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