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파파라치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이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전했다.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일정을 파파라치나 잡지사에 미리 알려주는 방법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연출된 이미지만을 대중에 전달하고 있다는 것. 여자 영화배우인 기네스 펠트로는 지난 2004년 딸을 출산한 뒤 딸과 함께 병원에서 나오는 시간을 사진사인 스티브 샌즈에게 귀띔해줘 샌즈가 이 장면을 독점적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샌즈는 이 사진을 피플지에 12만5천달러를 받고 팔았으며 피플지는 이 사진이 펠트로의 허락 아래 찍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같은 사실을 숨긴 채 특종사진으로 소개했다.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 역시 지난 2003년 펠트로와 유사한 방법을 통해 입양한 아들 매덕스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졸리는 산책 장소와 시간을 어스 위클리(US Weekly)에 미리 알려줬으며 이 잡지는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취재한 사진을 내보냈다. '위조 파파라치 저널리즘'으로 불리는 이같은 행태는 유명 연예인과 파파라치, 미디어 모두에게 손해가 될 것이 없다는 점 때문에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 저널의 전언이다. 스타입장에서는 자신이 원치 않는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파파라치를 길들이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잡지사는 독자들이 원하는 스타의 사생활 공개를 통해, 파파라치는 사진을 팔아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 '스타'와 '내셔널 인콰이어러'를 발행하고 있는 아메리칸 미디어의 보니 풀러 편집장은 스타들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팬들의 관심을 유지시키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보여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타와 파파라치, 언론이 공모해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벤 에플릭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의 홍보를 대행하고 있는 켄 선샤인은 스타들과 잡지사들의 이같은 행태가 비윤리적이긴 하지만 불행히도 일종의 독자 기만행위가 이제는 연예산업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