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비정규직 법안 처리는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2월 국회 처리를 주장해온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노동당을 따돌리고 일사천리로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이경재 환노위원장은 이날 오후 7시 전체회의를 열기로 하고,일찌감치 오후 4시30분께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그동안 수차례 회의장을 점거,법안 처리를 저지해온 민주노동당의 허를 찌른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5시께부터 회의장 안에 들어와 법안처리 준비에 들어갔고,10분 후 민노당 천영세·단병호·현애자 의원이 회의실로 들어가 비정규직 법안 처리 반대를 요구했다.민노당 당직자와 당원들이 뒤늦게 회의장으로 몰려갔지만 이미 회의장 출입은 봉쇄됐다.오후 5시30분께부터 민노당과 국회 경위들의 본격적인 대치가 시작됐다.민노당 권영길·심상정·이영순 의원과 당직자 50여명은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며 국회 경위 50여명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팽팽하게 대치했다. 하지만 법안 내용 조율에 들어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개의 시간까지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전체회의는 열리지 못했다.파견직 사용기간 초과후 고용보장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인 것이다. 한동안 소강상태가 흐르던 회의장 주변 분위기는 오후 8시30분께 급반전됐다.이 위원장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회의장 밖에 있던 민노당 당원과 당직자들은 “비정규직 철폐하라” “밀실야합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진입을 시도했다.이 과정에서 일부 당원들은 경위들과 멱살잡이를 하는 등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회의장 안에서는 민노당 단병호 의원이 격렬히 저항했다.그는 “3월에 하자.그런다고 하늘이 무너지냐”고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이 위원장은 단 의원을 끌어낼 것을 경위들에게 지시했고,단 의원은 회의장 구석에서 계속 항의했다. 법안 상정과 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한나라당 간사인 배일도 의원이 열린우리당과 합의한 수정안을 보고했고,이 위원장은 축조심의를 생략한채 기간제법과 파견법 노동위원회법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민노당 의원들은 법안 통과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은 결코 비정규직 보호법 아니다”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역사의 비판을 결코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몇몇 당원과 보좌관들은 복도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개악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국회 안팎에서 저지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