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생애첫주택구입자금대출(이하 생애첫대출)에 대한 제도 변경을 단행한 이후 금융 소비자들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생애첫대출이 변동금리형 상품이란 사실을 모르고 대출을 받은 데다 최근에는 대출금리 또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상품에 비해 높아지면서 '무용론(無用論)'까지 등장하고 있다. ◇ 생애첫대출 '고정금리' 논란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생애첫대출이 고정금리 상품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은행으로부터 생애첫대출이 고정금리 상품이라는 말을 듣고 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건설교통부가 변동금리형 상품이란 원칙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초 생애첫대출이 재개된 이후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와 은행권은 이 문제를 놓고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건교부는 지난해 10월말 생애첫대출을 재개하면서 '연 5.2% 금리'라고 밝혔을 뿐 '고정금리'라는 발언을 한 적은 없다. 건교부 정연호 사무관은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지원되는 모든 대출제도는 변동금리"라며 "이는 작년 11월 첫 시행 때도 각 금융기관에 충분히 고지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창구 및 재테크 전문가들은 이 상품을 일제히 '고정금리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상품이 취급된 일부 은행 지점에선 이 상품을 고정금리 상품으로 소개하고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생애첫대출은 준변동금리 상품" 생애첫대출에 대해 건교부는 변동금리로, 은행권은 고정금리로 해석한 것은 이 상품이 갖고 있는 특수성과 연관돼 있다. 생애첫대출은 건교부가 시장상황 및 정책적인 필요성에 따라 기존 대출자에 대한 금리를 조정할 수 있지만 그 시기는 부정기적이다. 2001년 7월에 1차 생애첫대출을 받은 소비자의 경우 1년에 한번 정도 금리 변화를 겪었다. 때문에 건교부는 필요에 따라 금리를 변동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모든 대출은 변동금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은행권이 판단하는 변동금리부 상품은 3개월이나 6개월,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시장금리를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대출상품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은행권 관계자들에게 이 상품은 고정금리 상품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한국은행 육승환 과장은 "생애첫대출이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고정금리 상품은 차입기간중 한번도 금리가 바뀌면 안되는 상품인 만큼 생애첫대출은 '준변동금리' 상품으로 규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찌됐든 금리가 인상될 경우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소비자 입장에선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무용론(無用論)도 등장 생애첫대출이 엄밀한 의미에서 고정금리 상품이 아닌 데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높게 설정되면서 무용론이 등장하고 있다. 생애첫대출 조건 강화 및 금리 인상으로 생애첫대출 금리(연 5.70%)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연 5.60%)를 넘어섰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7%~ 6.27% 사이에 형성돼 있다. 연 4.77% 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의 경우 1% 포인트 가까이 금리가 싼 셈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최저금리가 4.8~4.9%대에 형성돼 있다. 은행권은 VIP고객들은 4%대 후반, 중위권 고객들은 5% 중반대에서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 팀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고정금리 상품은 변동금리 상품에 비해 다소 높은 금리를 지불하더라도 대출금리가 더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로 일종의 보험료를 더 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이번 생애첫대출 금리 인상으로 '조건만 되면 무조건 생애첫대출을 시도한다'는 공식은 깨졌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은행입장에서 생애첫대출을 더 이상 권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생애첫대출을 신청할 예정인 소비자는 "정부가 서민의 내집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생애첫대출 때문에 잘못하면 서민들이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