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의 한 모델하우스. 내부에 건물 모형과 평면도가 마련돼 있는 등 여느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흡사하지만,두드러진 차이가 있다. 흔히 분양 대행 업체에서 파견한 말쑥한 양복 차림의 상담사들과 늘씬한 젊은 도우미들이 방문객을 맞이하지만,이곳에서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들이 상담을 도맡아 한다. 실버타운 전문 건설·운영업체인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올해 초부터 분양하고 있는 '가양타워'의 모델하우스 풍경이다. 이곳 소장인 김은미 분양팀장(32)은 17일 "우리 회사의 성격상 분양은 물론 입주 고객들의 여생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처럼 분양 대행 업체에 일을 맡기지 않고 실버타운 시설과 운영에 경험이 있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분양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팀장은 이 회사의 첫 실버타운인 신당동 서울타워가 문을 연 1998년부터 지금까지 8년간 근무하고 있는 베테랑 사회복지사다. 분양팀은 그녀를 포함,5~6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의 이종균 회장(56)은 현역 의사다. 대장·항문 분야 전문의로 한 해 11만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국내 최대의 대장·항문 병원 체인인 송도병원(본점 서울 신당동)의 이사장이다. 그는 직접 실버타운을 종합적으로 기획,개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실버타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에 연수갔던 1980년대 초반"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자주 가던 숙소 근처 햄버거 가게에 한 흑인 할머니가 종일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한국에 있던 홀어머니가 생각나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회장이 실버타운을 세우기 위해 행동에 옮긴 것은 1992년부터다. 당시 국내에는 '실버타운'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때라 주중에는 수술을 집도하고 주말이면 일본으로 건너가 노하우를 배웠다. 4년여 동안 실무를 익힌 끝에 1996년 처음으로 서울타워를 분양해 98년 입주를 마쳤다. 이어 2003년에는 강서타워(강서구 등촌동)와 분당타워(성남시 구미동)를 신축해 현재 운영 중이다. 이제까지 공급한 실버타운 가구수는 이번에 분양하고 있는 가양타워까지 포함,총 959가구로 국내 최대다. 병원과 함께 실버타운을 운영하기 때문에 입주 노인들의 신뢰가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강서타워의 정갑군 이사는 "각 지점(타워)마다 의료센터가 입점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병원의 튼튼한 재정 덕에 어르신들이 회사 도산에 대한 걱정없이 재산과 여생을 편안하게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균 회장은 "중풍과 뇌졸중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노인분들을 위해 가양타워에 노인 재활 전문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마포구 공덕동에서 지어지고 있는 '롯데캐슬 프레지던트'를 시작으로 고급 아파트 단지에 대한 입주자 전용 의료 서비스 체인도 선보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