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소유였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를 경매로 사들인 '월드와이드컨설팅 리미티드'사가 주목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소한 업체가 경매 시장의 관심 물건을 예상 밖의 고가에 선뜻 사들였기 때문이다. 16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대전시 중구 오류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월드와이드컨설팅 리미티드는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본사가 있는 외국계 회사로 알려졌다. 대표는 한국인이고 대전 영업소엔 직원 한 명만 상주하고 있으며 등기부 등본 상의 설립 목적은 부동산관리 임대업,관광숙박업,골프장 운영 등으로 기재됐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펀드로는 드물게 법원 경매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특수 물건을 매입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게 업계측 설명이다. 월드와이드컨설팅 리미티드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법원 경매를 통해 200억~300억원대의 특수 물건을 매입했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실제 작년 말에도 채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유찰을 거듭했던 제주도 현대텔콘을 141억1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은마 상가 역시 건물 일부만 낙찰받는 형태여서 개발 가능성이 적다. 특히 이번 낙찰가로는 수익성 기대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업체의 본사가 위치한 말레이시아 라부안이 조세 피난처로 활용되고 있는 지역이란 점이다. 조세 피난처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국내 검은 자본이 자유롭게 오가는 통로다. 외국계 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상가 내부 사정을 잘 알거나 은마 상가에 애착이 많은 사람이 수익률에 관계 없이 조세피난처 이점을 활용해 낙찰받았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